아내와 어린 딸 두고 6.25 참전 故김종기 이등중사, 74년 만에 딸과 재회했다
2024.02.02 16:58
수정 : 2024.02.02 16:58기사원문
6·25전쟁 당시 아내와 어린 딸을 두고 조국 수호를 위해 참전했던 고(故) 김종기 이등중사(현 계급 병장)의 유해가 74년 만에 그리운 가족 품에 안겼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지난 2021년 6월 강원도 철원군 마현리 일대에서 발굴한 전사자 유해의 신원이 당시 국군 2사단 소속 김 이등중사로 확인됐다고 2일 밝혔다.
김 이등중사에 대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전날 부산광역시 사하구에 있는 유가족인 고인의 딸 자택에서 진행됐다.
고인의 신원이 확인됐단 소식에 딸 김무순(73)씨는 "국유단에서 연락이 오기 전날 꿈속에서 아버지를 만나 펑펑 울었는데 귀신에 홀린 듯 놀랐다"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씨는 "어머니가 한평생 아버지만 그리워하다 돌아가셨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두 분을 합장해서 꿈에 그리던 해후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유단에 따르면, 1924년 2월 경상북도 청도군에서 4남 4녀 중 셋째로 태어난 김 이등중사는 큰형이 지병으로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자 차남이었음에도 실질적인 장남 역할을 했다. 부모님과 농사를 지으며 생업을 이어가던 김 이등중사는 결혼해 슬하에 외동딸을 뒀다.
김 이등중사는 전쟁이 발발하자 아내와 어린 딸을 두고 1950년 9월 대구에 있는 제1훈련소에 자진 입대했다. 이후 국군 2사단에 배치돼 '포천-평강지구'에서 인민군 패잔병 소탕 작전에 참전하고, '영천, 영덕, 울진·영양 공비토벌 작전', '청계산-백운산 진격전' 등에서 활약했다.
김 이등중사는 1951년 9월2일 '734고지 전투'에서 대규모의 중공군에 맞서 싸우다 28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734고지 전투'는 강원도 철원군 적근산과 김화읍을 연결하는 중부 전선의 주요 지역인 734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국군과 중공군이 공방전을 전개한 전투다.
국유단은 고인의 병적자료에서 본적지를 경상북도 청도군으로 확인한 후 해당 지역의 제적등본 기록과 비교, 2016년 1월 고인의 딸 김씨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다.
고인의 유해는 2021년 국유단과 육군 12사단 장병들에 의해 수습됐고, 유가족의 유전자와 정밀 대조 분석해 가족관계임이 확인됐다. 이로써 군 당국이 2000년 4월 유해 발굴 사업을 시작한 이래 신원을 확인한 6·25전사자는 총 227명이 됐다.
국유단은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6·25전사자 유가족(전사자의 친·외가 포함 8촌까지)은 국유단에 전사자 유해 신원 확인에 필요한 유전자 시료 채취를 신청할 수 있다. 신청자가 제공한 유전자 정보로 전사자 유해 신원이 확인됐을 땐 포상금 1000만원을 지급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