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사람이 계좌개설에 대출까지?' 금융당국, 은행 감독 강화한다
2024.02.04 12:00
수정 : 2024.02.04 12: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A씨는 최근 사망한 모친의 은행 계좌에 있는 예금 705만원을 모바일뱅킹과 ATM을 통해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 모친이 자신과 동생 B에게 공동 상속한 금목걸이도 B와 나누지 않고 혼자 가로챘다. 이에 대구지방법원은 지난 1월 15일 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 및 횡령죄 등을 적용해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C씨는 1주일 전 사망한 친형 D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비대면 대출 3000만원을 받았다. 이에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 2022년 12월 1일 C씨에게 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를 적용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최근 5년간 국내 은행 17곳에서 사망자 명의의 금융거래가 총 7812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사망자 명의로 계좌가 개설된 경우는 1065건, 대출이 실행된 경우는 49건에 달했다.
금융감독원은 3일 "일부 은행 검사 과정에서 사망자 명의의 금융거래가 일어난 사실을 발견함에 따라 전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사 결과 지난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국내은행 17곳에서 총 7812건의 사망자 명의의 금융거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사망자 명의 계좌 개설 1065건 △대출 실행 49건 △제신고 거래(계좌·인증서 비밀번호 변경 등) 6698건 등이다.
이들 거래는 고객의 사망일과 은행이 고객의 사망을 인지한 날(사망등록일) 사이에 대부분 비대면 채널(모바일뱅킹, ATM 등)을 통해 이뤄졌다.
사망자 명의의 금융거래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가족이나 지인 등이 적법한 위임절차 없이 사망자의 명의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현행 비대면 실명(본인)확인 절차로는 명의자 본인 여부를 완벽히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사망자 명의의 금융거래는 금융질서를 문란케 하며, 금융소비자와 은행 모두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가족이나 지인 등 제3자가 적법한 위임절차 없이 사망자 명의의 예금을 인출하거나, 대출을 일으켜 이를 편취하거나, 개설한 계좌를 금융사기 등에 이용하게 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은행 역시 계좌 개설 과정에서 실명확인 소홀이 인정되면 '금융실명법' 위반 등으로 제재 대상이 되거나, 예금 인출·대출 실행 이후 여타 상속인 등과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상속인이 사망자 명의 대출에 대해 채무 승계를 거절할 경우 부실이 나타날 수도 있다.
금감원은 이에 은행권의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 관리실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은행이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 관리실태를 자체 검토해 미흡한 점은 개선토록 하고 올해 1·4분기 내 은행권 '내부감사협의제' 점검주제로 선정해 지도할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비대면 계좌 개설시 은행의 안면인식 시스템 도입 등 사망자 명의의 금융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노력도 지속할 계획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금융분야 보이스피싱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비대면 계좌 개설시 안면인식 시스템의 도입(권고사항) 등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아울러 올해 3월 안면인식 시스템을 통한 실명확인을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된 ‘비대면 실명확인 관련 구체적 적용방안 개편안’을 마련해 은행연합회 및 금융투자협회와 실시할 예정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