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법 리스크' 족쇄 벗을까… 부당합병 1심 내일 선고

      2024.02.04 10:18   수정 : 2024.02.04 10:1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16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 탈피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무죄를 선고받으면, 2017년 이후 맥이 끊긴 대형 인수합병(M&A) 등 '초격차 실현'을 위한 움직임이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오후 2시부터 이 회장 및 피고인 14명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선고 공판을 연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영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당시 최후진술을 통해 "이 사건 합병과 관련해 저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며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들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무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햇수로 9년이나 '사법 리스크'에 발목을 잡히며 온전히 경영 활동에 전념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 회장은 2021년 4월부터 작년 11월 결심 공판까지 총 106번의 재판에서 경제 사절단 동행 등 부득이한 불출석 11번을 제외한 총 95번을 출석했다.

국정농단 사태로 2017년 2월 구속 기소된 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기간(354일)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된 뒤 가석방된 기간(211일)을 더하면 구속 기간만 565일이다.

재계 관계자는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1심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며 "글로벌 불확실성에 더해 최근 경쟁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진 만큼, 삼성이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다시 글로벌 1위 기업의 위상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실제 이 회장에게 '사법 리스크'라는 경영 족쇄가 채워진 동안, 삼성은 초격차 실현을 위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7년 미국 자동차 전장 업체 하만을 인수합병한 이후 대형 M&A는 지금까지 멈춰있다.

더욱이 반도체 불황이 장기화되며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매출 1위를 인텔에 빼앗겼다.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 1위도 13년 만에 애플에 내줬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호황으로 차세대 반도체로 떠오른 AI반도체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선점 경쟁에서도 SK하이닉스에 밀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최후진술에서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무죄 선고를 받으면 대형 M&A와 6G 등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1심 선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양측의 항소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분간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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