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인데 수입산 선물할 수도 없고"… 과일값 폭등에 서민 울상
2024.02.04 18:14
수정 : 2024.02.04 18:14기사원문
설 명절이 1주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사과·배·감 등 성수품 가격은 여전히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설 선물을 구입하려 지난 주말 대형마트를 찾은 서민들은 비싼 과일 가격에 선물세트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오렌지와 자몽 등 6종의 수입 과일에 할당 관세를 적용했지만 명절 선물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월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122.71로 지난해 동월보다 8.0% 상승했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2.8%)의 2.8배 수준이다. 특히 농축수산물 중에서도 과일 물가 상승률은 28.1%로 전체 평균의 10배를 넘겼다. 품목별 상승률은 사과가 56.8%로 가장 높았다. 이어 △복숭아 48.1% △배 41.2% △귤 39.8% △감 39.7% △밤 7.3% 등 순이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사과(후지·상품)의 도매가격(도매시장 내 상회 판매가)은 10㎏에 9만240원으로 지난해보다 98.4% 급등했다. 거의 두배가 오른 셈이다. 배(신고·상품) 도매가격(15㎏)도 8만900원으로 66.7% 뛰었다.
지난해 설 연휴 약 일주일 전의 사과(4만3440원), 배(4만5080원) 도매가격과 비교해도 비싸다. 사과·배 대체재로 꼽히는 귤·단감 가격도 서민들을 한숨 짓게 하고 있다. 감귤 도매가격은 5㎏에 3만6780원으로 1년 전보다 121.1% 급등했다. 단감(10㎏)도 6만1500원으로 92.7% 올랐다.
명절에 즐겨 찾는 이들 과일 가격의 고공행진에 서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설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을 느끼냐는 질문에 응답자 98%가 '그렇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매우 부담을 느낀다'(71%), '부담을 느낀다'(27%) 등이다. 성수품 중 부담이 가장 큰 품목은 역시 과일(65%)이었다.
문제는 농식품 물가가 당분간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과·배·감의 생산량이 30% 내외로 크게 감소했는데 공통적으로 감소한 건 유례가 없어 충격이 큰 상황"이라며 "설 기간 계약재배 물량 공급과 수입과일 할당관세 인하, 할인지원 확대 등으로 안정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새 과일이 나오기 시작해야 본격적으로 안정될 듯하고 상반기에는 가격을 계속 봐야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가계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달 19일부터 오렌지와 자몽,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아보카도 등 6종의 수입 과일에 할당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할당 관세는 특정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일정 기간 낮추는 제도다. 하지만 이는 명절 준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세종시에 사는 40대 주부 B씨는 "수입과일은 맛은 있지만 명절 선물로 보내기에는 어색하다"며 "올해는 비싼 과일을 피해 수산물 등 다른 선물을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