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공시, 리스크 관리 넘어 경쟁력 제고 기회
2024.02.10 06:00
수정 : 2024.02.10 06:00기사원문
FN 재계노트는 재계에서 주목하는 경제 이슈와 전망을 전문가 시각에서 분석하고, 이를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주>
"태풍 힌남노, 냉천 범람으로 제품생산라인 침수·생산차질 및 2349억원의 손상차손 발생. 135일만에 전 공장 재가동. 천재지변 대응 매뉴얼 및 인프라 보완 예정" (2023년 포스코 사업보고서 발췌)
[파이낸셜뉴스] 2022년 9월 불어닥친 폭우는 재해에 취약한 지역주민들뿐만 아니라 굴지의 철강기업에도 큰 피해와 교훈을 남겼다. 해가 거듭될수록 빈번해지는 극한 기후 문제가 산업계에 잇단 물적 피해로 가시화됨에 따라, 기업들은 저마다의 기후 리스크 헷징 전략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기후 위기 문제가 기업의 생존과 지속성장을 위한 '범비즈니스적 아젠다'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의 핵심 이해관계자인 정부와 투자자, 그리고 고객의 요구가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제품의 연평균 판매 증가율이 그렇지 않은 제품에 비해 1.7%p나 더 높다는 맥킨지(McKinsey)의 보고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실재함을 보여주었다.
파리협정에 따른 글로벌 기후 대응 체제가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진정성 있는 ESG 실천과 성장 전략은 더 이상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 만큼, 기업도 이해관계자들도 ESG 정보에 대한 판단과 공개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그런워싱을 철저히 단속하고 시정하는 분위기에 대응해 ESG 성과나 목표를 섣불리 공개하지 않는 '그린허싱'이 등장하기도 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떠오르는 상황이다.
결국 문제는 기업과 이해관계자 간의 정보 비대칭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는 규제 당국이 정보의 주 이용자와 공개 기준을 특정하고 기업에게 비교 가능한 수준의 정보를 생산하고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가장 전형적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들이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의 권고안을 수용해 의무 공시를 추진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2026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이 넘는 기업군의 거래소 공시를 시작으로,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를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기후 공시 역량 강화를 위해 기획한 '산업계 기후 리더십 심포지엄'은 공지 3일 만에 사전 신청이 조기 마감됐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문의전화가 쇄도하며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
이러한 기세라면 오는 3월로 예정된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의 산업계 공개 의견 수렴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부디 공시 환경 변화의 소용돌이를 이겨낸 우리 기업과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가 산업계의 경쟁력과 ESG 활동을 촉진하는 교두보가 되어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연정인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연구위원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