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따따블' 맛본 개미들, 증권사 돌며 계좌 개설

      2024.02.06 18:09   수정 : 2024.02.06 18:09기사원문
주식투자용 계좌 수가 사상 처음으로 7000만개를 돌파한 데는 공모주 열풍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규 상장기업들이 증시 입성 첫날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주식계좌를 개설하는 투자자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6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 82개사(재상장·스팩·리츠·이전상장 제외)의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은 83.8%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 수익률이다.

지난해 일반청약에 참여해 단 1주라도 공모주를 배정받았다면 평균 80% 넘는 수익을 냈을 것이란 뜻이다.

공모주 수익률을 크게 끌어올린 요인으로는 '상장 당일 가격변동폭 확대'가 꼽힌다. 금융당국은 기업공개(IPO)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6월 말부터 신규 상장사의 상장일 가격제한폭을 공모가의 60~400%로 확대 적용한 바 있다.

기존에는 공모가의 90~200% 내에서 시초가를 결정하고, 상·하한가(±30%)를 적용해 공모가의 63~260% 범위에서 움직일 수 있었지만 400%까지 확대되면서 더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케이엔에스, LS머트리얼즈, DS단석, 우진엔텍 등 이른바 '따따블'(공모가의 4배 상승)을 달성하는 기업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투자자 사이에선 여러 증권사에서 주식계좌를 트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상장 주관사가 다양한 만큼 많은 곳에서 계좌를 만들어야 최대한 많이 청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어급'으로 꼽혔던 두산로보틱스다. 지난해 9월 두산로보틱스의 일반청약 당시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가 전월 대비 60만개 가까이 늘어났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일반청약이 시행된 그해 11월에도 전월 대비 약 50만개가 증가했다.

20대 개인투자자 김모씨는 "공모주 폐인처럼 일반청약에 자주 참여하고 있다"며 "원래 주식계좌는 1개밖에 없었지만 공모주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석 달 만에 5개를 추가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투자자 홍모씨는 "평소에 주식투자는 했었지만 공모주에는 투자를 안 했다"며 "하지만 공모주 수익률이 높다기에 DS단석 청약에 처음으로 참여했다. 당시 하루 만에 30만원의 수익을 내면서 공모주 투자에 매력을 느껴 여러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성년 자녀의 계좌를 포함해 가족들의 계좌를 총동원, 청약에 참여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4월 미성년 자녀에 대한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해지면서 계좌 만들기가 수월해진 영향이다.


지난해 KB증권에서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미성년 고객은 5만5373명으로, 이 기간 1인당 평균 2.7회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공모주 투자 열풍'에 대해 '공모주가 테마주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규 상장기업이 첫날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이 공식처럼 굳어지면서 '묻지마 투자'처럼 공모주에 뛰어드는 투자자가 늘어났다는 진단이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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