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수도기능을 분산해야

      2024.02.06 19:01   수정 : 2024.02.06 19:01기사원문
최근 정치권의 화두는 메가시티 서울이다. 이에 정부는 134조원을 투입해 교통혁신안을 제시했다. 그 핵심은 당연히 수도권의 GTX 건설이다.

계획대로 완성이 된다면 빨대효과가 발생해 지방소멸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는 전형적인 수도권의 이기주의이다.


도시경제학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도시의 승리'에서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은 도시"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서문에서 서울이라는 도시는 교육열과 대학의 시스템을 통해 인적자본 축적을 가져와 사람을 한곳으로 모아 경제성장에 협력적인 생산활동을 가능케 해주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탈리아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발상지가 되었고 영국 버밍엄은 산업혁명을, 그리스 아테네는 지식의 항구로, 이라크 바그다드는 지혜의 집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도시는 승리해도 도시민은 실패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일깨워 주었다. 20세기 후반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에 폭동이 일어난 이유로 혁신을 버리고 대량생산에 몰두하면서 몰락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도시 역시 흥망성쇠를 가지게 마련이다.

우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고구려는 국력이 커짐에 따라 졸본성에서 국내성 그리고 평양성으로 수도를 천도했다. 통일신라의 행정구역은 9주 5소경을 두어 첫번째 수도인 금성(경주)의 편재성을 보완하고 지방으로의 문화 보급 그리고 지방세력 견제를 위해 북원경, 중원경, 서원경, 남원경, 금관경의 5소경을 설치했다. 발해 역시도 행정구역은 5경 15분 62주로 나누었다. 5경은 동경, 서경, 중경, 남경, 상경을 말한다. 이들은 전략적 주요 지점으로 그 기능을 분점했다.

최근 정부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청사진을 보면 GTX-A노선은 2024년 3월 수서~동탄 구간을 시작으로 GTX-B노선은 인천대 입구에서 마석까지 82.8㎞를 2030년까지 추진할 예정이고, GTX-C노선은 2028년 말 개통을 목표로 양주 덕정역에서 출발해 수원역까지 개설할 계획이다. 예정 역사 주변지역의 아파트 거래가가 꿈틀거린다. 특히 그리고 총선이 다가오자 여야 가릴 것 없이 추가적으로 GTX-D, E, F까지 건설계획을 쏟아내었다. 하지만 정부나 민주당이 쏟아낸 이러한 철도 관련 계획이 립서비스로 들리는 이유는 건설에 필요한 34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비용 조달방안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도시가 거미줄처럼 연결되면 평시에는 글레이저가 '도시의 승리'에서 언급한 대로 효과적으로 그 기능을 발휘할지 모르겠지만 위기상황에서는 그 피해를 상상하기 어렵다. 아직도 남북이 휴전상황에서 전선에서 겨우 50㎞ 떨어진 한 도시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것은 그 어느 리스크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전쟁뿐만이 아니다. 이번에 겪었던 코로나와 같은 사회적 재난에도 대도시는 취약하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초대형 태풍이나 대지진이 일어난다면 한 나라의 존망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 거대 단일도시화는 재난 시 위기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그 피해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이다. 그 리스크를 분산할 필요가 분명 존재한다.

그러므로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에도 언급된 청나라의 하절기 수도 청더(承德)를 예로 들 수 있다.
청나라 황제들은 4~6월에 베이징을 떠나 9~10월에 4~6개월 정도 청더에서 정사를 논했다. 이제 우리도 서울 집중화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을 수도권에 투자해 거대화를 도모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안위와 영속을 위해서라도 계절별 수도를 정해 이동식 집무를 위한 지역분산화가 요구된다.
예를 들면 겨울에는 서울에서, 봄에는 전라도 전주에서, 여름에는 충청도 영동에서, 가을에는 경상도 대구에서 수도 기능을 윤전하는 것을 생각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이상근 서강대 부동산학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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