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학원 뺑뺑이에 맞서라? 록 스피릿 충만한 ‘스쿨 오브 락’

      2024.02.06 21:40   수정 : 2024.02.06 23:5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잭 블랙 주연의 동명 영화를 뮤지컬계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2015년 초연한 ‘스쿨 오브 락’은 신분을 속이고 교사로 취업한 록 스피릿 충만한 기타리스트 듀이(코너 글룰리)가 학생들과 밴드를 결성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5년 만에 월드투어로 돌아온 이 작품은 가만히 앉아서 보기 힘든 뮤지컬이다. 듀이 역 글룰리가 평균 연령 12.5세 '영캐스트'(아역)들과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연주하면서 신나게 노래하기 때문이다.



특히 ‘스쿨 오브 락’의 대표 넘버인 ‘권력자에게 맞서라 Stick in to the Man’가 나오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거나 손이라도 흔들어야 할 것 같다. 사실 글룰리는 앞서 내한기자 회견에서 "일어나서 함성을 지르며 즐기길 바란다”고 했지만, 한국 관객은 여전히 수줍음이 많으니까.

어쨌든, 이 노래는 아이들에게 자신들을 옥죄는 세상의 규칙, 부모의 강요 그리고 우리 사회가 “현대여성에게 요구하는 비현실적인 이미지”까지 얌전히 수용하지 말고 그것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고 노래한다.
특히 한국의 상황에 맞게 극중 대사를 “세상에서 제일 열받는 거? 학원 뺑뺑이! 스틱 잇 투 더 맨!”이라고 해 자녀들과 함께 온 학부모를 뜨끔하게 만들기도 한다.

극중 학급 내 모든 아이들에게 각자의 능력에 맞는 역할을 주며 “너도 이제 밴드야 You’re in the band’라고 노래하면 왠지 모르게 뭉클한 마음도 든다. 어느덧 교실에 친구는 사라지고 경쟁자만 존재한다는 치열한 입시경쟁의 한국사회에서, “너도 이제 밴드야”라는 가사는 “우리 모두 친구야”로 들리기 때문이다.

먹고사느라 바빠 과거의 열정(록 스피릿)을 잃어버린 교장 선생 로잘리가 부르는 ‘록은 어디로 갔나? Where Did the Rock Go?’가 마음에 와닿는 것은 비슷한 맥락이다.

■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세대를 관통하는 매력"

국내에서는 '오페라의 유령'으로 친숙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작품이다. 웨버의 기존 작품과 다르다고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다"라는 게 존 릭비 뮤직 슈퍼바이저의 설명이다. 그는 “웨버는 늘 록음악 애호가였다. 웨버의 초기작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와 ‘에비타’만 봐도 알 수 있다. ‘스쿨 오브 락’을 하면서 원래 좋아하는 것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유난히 어린이 손을 잡고 온 가족 관객이 많은데, 글룰리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지칠 줄 모르는 몸 개그에 아이들의 웃음이 터지기 일쑤다. 아역 배우들이 선보이는 라이브 연주도 빼놓을 수 없다. 바닥에 슬라이딩하며 기타를 연주하고 거칠게 고개를 흔들며 드럼을 치는 모습은 귀여우면서도 쿨하다.

특히 '스쿨 오브 락'의 메인 보컬로 거듭나는 토미카 역의 이든 펠릭스가 침묵을 깨고 노래를 하면, 장내가 술렁거린다. 후반부 듀이와 아이들이 결성한 ‘스쿨 오브 락’ 팀이 밴드경연대회 무대에 서면,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가 연출된다.

원작 영화에 사용된 3곡에 새롭게 작곡한 14곡까지 가슴을 뚫는 시원한 록부터 감정을 자극하는 발라드 그리고 오페라 ‘마술피리’의 아리아 ‘밤의 여왕’까지 700개 이상 조명과 200개 넘는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다채로운 넘버는 거장의 폭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음악’의 힘과 에너지를 전하는 이 작품에 대해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즐겁게 하려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인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세대를 관통하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나이 들지 않는 여전히 젊은 작곡가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음악평론가는 “영 캐스트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사로잡는다. 역시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정말 대단한 멜로디 메이커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공연장 밖을 막 나오면서 머릿속에 ‘스틱 잇 투 더 맨’이 계속 맴돌며 무대가 어른거린다”고 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도 “(아역 연기자들이) 연기, 노래, 연주도 잘하지만 귀여워서 미소가 멈추지 않는다.
일상에서 벗어나 흥과 에너지를 터트릴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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