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실장, 러시아 대사 초치한 날 러 외무차관 만났다
2024.02.07 00:50
수정 : 2024.02.07 00:5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일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아시아태평양 담당 외무부 차관을 비공식 접견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3일은 외교부가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대사를 초치해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의 윤석열 대통령 발언 비난에 대해 항의한 날이다. 필요한 공식 항의는 하면서도 물밑 교류를 하며 한러관계를 관리하는 모습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지난해 장 실장이 당시 외교부 1차관으로서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루덴코 차관을 만났고 이후 방한 여부가 협의돼왔다”며 “(이에 따라) 장 실장은 3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루덴코 차관을 만났고, 같은 날 지노비예프 대사를 초치한 사안에 대해 문제제기도 했다”고 밝혔다.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는 3일 지노비예프 대사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엄중히 항의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주재하며 북한의 핵 선제공격 법제화와 잇단 도발 등을 비판한 것을 두고 "편향적"이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을 겨냥한 공격적인 계획을 흐리려는 목적"이라고 비난했다.
정 차관보는 이에 "진실을 외면한 채 무조건 북한을 감싸며 일국 정상의 발언을 심히 무례한 언어로 비난한 건 매우 유감스럽다"며 "이는 한러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루덴코 차관은 장 실장과 만난 이튿날인 4일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한러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우리 정부는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항의가 담긴 요구를 내놨다.
김 본부장은 “한반도와 유럽의 안보를 위협하는 러북 군사협력에 우리 정부의 엄중한 입장을 전달한다”며 “러시아가 이를 즉각 중단하는 등 안보리(유엔 안번보장이사회) 결의상 제반 의무를 철저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루덴코 차관의 반응은 장 실장과의 접견도, 김 본부장과의 협의 모두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장 실장은 주러시아대사를 지낼 때부터 루덴코 차관과 인연을 맺었던 만큼, 비공식 면담에서는 항의보다 긴밀한 협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장 실장과 루덴코 차관의 만남은 (윤 대통령 발언 비난 논란과 별개로) 계획돼있었다"며 "장 실장은 차관 때는 물론 주러대사일 때도 루덴코 차관과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 방한 계기로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식적으로 단호한 대응을 하면서도 물밑에서 대화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한러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정책 기조가 깔려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