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실패, 시장 우려 무시한 정부 책임 없나

      2024.02.07 19:12   수정 : 2024.02.07 19:12기사원문
국내 최대 국적 해운사인 HMM 매각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과 7주간 협상을 했으나 일부 이견으로 결렬됐다고 7일 밝혔다. 계약 무산의 핵심은 경영 주도권과 이익 조기회수에 관한 것이다.

주주 간 계약 유효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고 JKL의 지분매각 기한을 예외로 해달라는 하림측 요구에 채권단은 "경영감시가 불가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6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HMM의 민영화에 기대만큼 우려도 컸던 게 사실이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하림의 자금력이 매우 취약해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인수대금 6조4000억원 중 4조원 이상을 차입해야 하는 하림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우려는 진작에 제기됐다. 결국 현금성 자산이 1조6000억원가량 되는 하림그룹이 자산 14조원의 HMM을 인수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수였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HMM 노조가 사업경쟁력 확보에 써야 할 유보금 10조원의 전용 가능성을 우려하며 매각을 반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HMM은 국내 1위, 세계 8위의 대형 국적 컨테이너선사다. 대주주의 무능, 정부의 실책이 합작한 2017년 한진해운 파산으로 값비싼 비용을 치른 후 남은 유일한 국적 선사다. 그만큼 좋은 주인을 찾아 잘 키워야 하는 기업이다. 매각에 한 차례 실패한 이상 서둘러 재매각에 나설 일도 아니다. 늦더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적기는 이미 놓쳤다. 현재 해운업황은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 홍해사태 지속 등 중동발 위기,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한 교역량 감소, 선박공급 과잉에 따른 운임 하락 등 해운업은 침체기로 접어드는 국면이다. 세계 2위 선사인 머스크를 중심으로 한 거대 해운동맹 재편에 따른 출혈경쟁도 우려된다.

HMM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산은 관리체제가 장기화돼선 안 된다. 모럴 해저드의 극치를 보여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를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나. 이번 매각 실패는 산은의 책임이 크다. 입찰 전 여러 우려에 대해 산은은 눈을 감았다. 결과적으로 매각도 실패하고, 적기도 놓쳤다. 대주주인 산은과 해진공은 국가적으로 유무형의 비용을 투입한 매각 실패에 따른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HMM 매각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지배구조 이슈를 전향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내년 4월까지 총 1조6800억원의 영구채 주식전환에 따라 인수측 지분은 57.9%에서 38.9%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해운업황의 높은 변동성과 긴 침체기를 견뎌낼 수 있는 자금력과 체력이 있는 견실한 기업이 HMM의 새 주인이 되어야 한다.
HMM은 국민혈세로 되살려낸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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