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지정학 부활, 주목받는 해양력, 무엇을 그려야 하는가?

      2024.02.10 07:00   수정 : 2024.02.13 07:5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역사적으로 해양이라는 공간은 개방해 세력과 폐쇄해 세력이 다투는 공간이었다. 해양력을 보유한 국가는 바다를 개방하여 자신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재(Public goods)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세력은 바다를 자신만 이용할 수 있는 상대이익의 공간으로 몰아가려 했다.

다행히 해양지정학에 눈을 뜬 선구자의 노력으로 바다는 개방해 공식이 나름대로 작동되어왔다. 마찬가지로 해양지정학을 주도하는 해군의 중요성은 바다가 개방되어 자유로운 해상무역이 가능토록한다는데 주안을 두었다.
이에 따라 해군의 1차 목표는 ‘해상교통로 보호’이고 2차 목표가 ‘전쟁승리에 기여’하는 것이었다. 다만 전쟁 승리에 기여하는 방법과 역할 수준은 전략가마다 차이는 존재했다. 미국의 마한은 바다 자체를 전쟁의 주요 전장으로 인식하여 함대결전과 해양통제를 중요한 해군의 임무와 목표로 규정했다. 마한의 전략은 대양해군 개념의 기초를 놓으면서 전 세계 해군력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반면 영국의 콜벳은 해군의 존재 가치는 지상전을 지원하는 합동전력에 있다는 인식으로 함대결전보다는 제한적 해전과 현존함대(Fleet in Being)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해양지정학의 기초를 놓아지던 시기에 해상교통로 보호와 전쟁에서 해양력의 역할 수준이 해군의 임무의 중추적 요소였다. 국제정치가 신냉전의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 과거의 해양지정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전 세계는 해상교통로라는 공공재를 더 이상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흑해를 막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차단했다. 후티 반군은 홍해를 막아 수에즈 운하 사용을 차단하고 있다. 모두에게 제공되어 온 해상교통로라는 공공재가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이를 지켜내기 위해 해양력 연합이 필요한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둘째, 국제정치가 전쟁의 시대 도래를 예고하는 징후들이 나타나는 가운데 전쟁·분쟁에서 해양이라는 공간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바다 공간을 잘 활용한 비대칭적 공격으로 흑해 함대의 기함을 침몰시키며 러시아의 공세를 둔화시키고 러시아 장병의 사기를 저하시킨 바 있다. 바다라는 공간을 역이용한 우크라이나의 전술이 전쟁 전략에 영향을 미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나비효과로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확전을 차단하기 위한 현시작전 차원에서 미국은 해군력을 중동해역으로 집결시키고 있다. 이는 군사력 현시를 통한 확전방지 및 억제력 제공에 해군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에 마한의 해양통제와 콜벳의 합동전력으로서의 해군력 개념이 모두 가동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셋째, 신냉전으로 규정되는 과도기 국제질서에서 해양이라는 공간은 강대국 경쟁의 대리전 지대로 기능하고 있다는 측면도 해양지정학 부활의 배경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내해화를 위해 항공모함 등을 포함한 해군력 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해군력 현시로 맞서고 있다. 대만해협, 동중국해도 강대국 간 대리전 영역을 공간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넷째, 북한의 공세에 해양이라는 공간 활용의 비중이 점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은 자신이 핵강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려도 다른 국가들이 자신에게 핵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제2격 능력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주목하는 공간은 바로 바다다. 2023년 진수한 김군옥영웅함은 바다를 활용한 제2격 능력 완성을 위한 교두보로서 의미가 있다.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것으로 북한은 핵전략의 의미를 담아 이 함정을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 규정했다. 한편 2023년 12월 김정은은 “대사변”을 언급하며 2024년을 전쟁 준비의 해로 규정한 바 있다. 그런데 2024년 2월 김정은은 “해군 강화 중차대”를 언급하며 전쟁 준비에 해군력의 역할과 비중이 높아졌음을 강조했다. 핵공세, 전쟁 등 북한의 공세에서 바다라는 공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해양지정학 시대의 부활이 도드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강국 한국은 바다를 어떻게 활용하여 안보와 국익 제고의 시너지를 창출해야 할까? 해양지정학 시대가 부활한 것은 패권국 해군 혼자만으로 힘으로는 글로벌 해상교통로 보호나 국제 억제력 제고가 어려운 도전에 직면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강대국 해군 홀로 지켜낼 수 없기에 선진국 해군과 중견국 해군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유사입장국 리그(league)에 속하는 강대국과 중견국 해군이 연합형성을 통해 자유주의적 해양질서를 수호해야 하는 구조적 압력에 놓여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은 세계 군사력 5위라는 점에서 중견국 군대를 넘어 선진강국 군대라는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선진강국 한국의 해군은 미국 등 강대국이 주도하는 연합형성에 단지 수동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안보뿐 아니라 국제안보와 지역안보를 위한 해군연합 형성의 아키텍처를 주도하는 역동성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과도기 국제질서에 부합하도록 마한과 콜벳을 다시 꺼내 들어 살펴본 후 이를 융합시켜 새로운 해양지정학 전략개념으로 ‘마콜전략’을 디자인해 보면 어떨까?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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