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토막난 ‘카겜’… 5000억 CB 조기상환 쏟아지나
2024.02.08 16:49
수정 : 2024.02.08 16:49기사원문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2021년 3월 말 발행한 CB 5000억원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신청 창구가 열리자 전체 금액의 20%에 해당하는 1000억원어치(7일 기준)가 몰려들었다.
풋옵션 신청은 CB 발행 후 2년 10개월 만인 지난달 31일 시작됐으며, 다음달 3월 4일 마감된다. 카카오게임즈는 청구비율에 따라 3월 말 투자자에 현금으로 돌려줘야 한다.
풋옵션 신청 일주일 만에 1000억원에 달하는 상환 요구가 몰리자 카카오게임즈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풋옵션 신청이 100%에 달한다면 카카오게임즈는 5000억원을 현금 상환해야 한다. 카카오게임즈의 2023년 9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300억원 수준이다.
이처럼 투자자들의 풋옵션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데는 지지부진한 주가 영향이 크다. 카카오게임즈 CB의 전환가는 5만2100원이지만 현재 주가는 2만5000원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CB 보유자들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외려 손실인 상황이다.
해당 CB의 만기는 2026년 3월 말로 5년물이지만 주가부양 동력이 없을 경우 투자자들로선 오래 들고 있을 이유가 적다. 발행 당시 주가 상승에 베팅하며 표면이자율 및 만기보장수익률 0%를 내건 때문이다.
표면이율은 1년간 발행기업이 지급하는 이자를 액면으로 나눈 것이다. 즉 표면이율이 0%라는 것은 투자자들이 1년간 채권을 보유함으로써 얻는 이자율이 '제로(0)'라는 얘기다.
CB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약속한 수익률(만기보장수익률)도 '0%'이다. 5년 동안 보유하더라도 이자율은 '제로(0)'인 셈이다. 지난 3년 사이 국고채 금리 급등으로 국고채 3·5년물의 금리는 모두 3%대다.
이에 투자자들은 만기까지 기다리기보다 원금을 중도에 상환받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카카오게임즈로선 반토막난 주가를 전환가(5만2100원)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그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이와 함께 2020년 카카오게임즈 기업공개(IPO) 직후 벌어진 고평가 논란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직후 IPO 효과로 주가가 급등해 5만원 전후에서 횡보하고 있다"면서 "2021년 기준 40배에 육박하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정당화 할 수 있는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