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831번 사기쳐 14억 뜯어 냈다"..이혼당하고 기초수급자 전락한 피해자
2024.02.11 14:00
수정 : 2024.02.11 14: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인을 10여년간 속여 14억2500만원을 뜯어낸 4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돈을 뜯긴 피해자는 전재산을 잃고 남편에게 이혼당한 후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지난해 10월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죄로 피소된 4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강원도 한 폐광 지역에서 옷 수선 가게를 운영하던 김옥순(가명·69)씨를 속여 831회에 걸쳐 14억250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됐다.
종교단체 관계자 며느리인 A씨는 2011년 김씨에게 900만원을 빌렸다 갚은 것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어머니가 교수인데 교직원 결혼식에 낼 부조금이 모자라다’ ‘어머니가 머리 수술을 해야 한다’ ‘병원비가 필요하다’ 등 핑계를 대며 돈을 가로챘다.
아버지가 대기업 임원으로 승진했다며 축하금을 요구하고, 김씨 딸을 아버지 회사에 취업시켜주겠다며 돈을 받아 가기도 했다. 정작 취업이 되지 않자 초조해진 김씨에게 “다른 대기업에 취직시켜주겠다”며 추가로 돈을 챙겼다.
이렇게 이어지던 A씨의 사기극은 2021년 5월까지 약 10년간 지속됐다. 김씨의 삶은 파탄 났다. 그는 갖고 있던 전 재산을 잃고 남편으로부터 이혼당했다. 지인에게 돈을 꿔가며 A씨에게 돈을 빌려주던 김 씨는 사기죄로 고소당해 옥살이까지 했다. 김 씨를 믿고 돈을 빌려준 지인 일부도 가정이 파탄 났다.
심지어 A씨는 자신 때문에 사기죄로 구속 위기에 몰린 김씨를 찾아가 “내게 3억원을 빌린 것처럼 차용증을 써달라”고 요구했다. 김씨에게 벌인 사기 행각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는 것을 막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김씨는 ‘수사가 개시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가짜 차용증을 써줬다고 한다.
옥살이를 마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옥순씨는 A씨를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죄로 고소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지난해 10월 A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지인으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리게 됐고, 재산을 탕진하고 남편과 이혼하는 등 가정이 파탄 나는 상황을 겪었다”며 “무엇보다 돈을 조달하다가 사기죄로 구속되고 실형을 복역하는 돌이키기 어려운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첫 공판은 오는 3월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에서 열린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