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 EU의 선택은

      2024.02.12 15:19   수정 : 2024.02.13 09:2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유럽연합(EU)이 정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 결정 시기가 임박하면서 항공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실상 조건부 승인 결정을 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지만 아직 정식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두 항공사는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하고 있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 경쟁당국은 14일(현지시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심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와 관련해 EU 경쟁당국은 지난달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합병 승인 결정 임시 기한(Provisional Deadline)은 2월 14일'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EU 경쟁당국이 사실상 조건부 승인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중순만 해도 두 항공사 합병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EU 경쟁당국도 합병 과정에서 ‘화물 운송 부문과 일부 노선에서의 경쟁 제한 가능성’을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두 항공사 합병 시 유럽 노선에서 화물·여객 운송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며 합병 심사를 중지했다. EU 경쟁당국이 우려를 표한 여객 노선은 인천~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 노선 등이다. 이후 대한항공은 심사 재개를 위해 다양한 시정 조치안을 제출했다.

상황이 바뀐 것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이 이사회를 통해 화물사업 분리 매각안을 가결한 이후부터다. 두 항공사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EU 경쟁당국에 보냈고, 이를 확인한 경쟁당국도 합병 심사를 재개했다. 다만 최종 결과 발표가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EU 경쟁당국은 이미 지난해 7월 발표 예정이었던 합병 승인 결정 시기를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EU 경쟁당국은 당시 “필수 정보가 빠졌다”며 대한항공에 추가 정보 제출을 요구했다.

EU가 두 항공사의 합병을 승인할 경우 남는 곳은 미국뿐이다. 다만 이들 항공사의 한~미 노선 점유율이 상당해 미 당국의 시정 요구가 거셀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 기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미국 델타항공의 미국 노선 점유율은 80%가 넘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지난 2018년 조인트벤처를 체결한 후 한미 노선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점을 감안, 경쟁 제한성을 판단할 때 하나의 사업자로 본다.

앞서 일본, 영국, 중국 등은 두 항공사 합병 시 다양한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은 최근 합병 후 일본에 서울~오사카·삿포로·나고야·후쿠오카, 부산~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 등 7개 노선에 대해 국적 저비용항공사(LCC)를 포함, 진입 항공사들이 해당 구간 운항을 요청할 경우 슬롯을 일부 양도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중국에는 경쟁당국이 우려한 서울~베이징·상하이·창사·톈진과 한국 공정위가 우려한 서울~장자제·시안·선전, 부산~베이징·칭다오 노선 등 9개 슬롯 일부를, 영국의 경우 런던 히스로공항의 주 7회 슬롯을 영국의 버진애틀랜틱에 반납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남은 경쟁당국과의 협의에 박차를 가해 빠른 시일 내에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통합을 위해 지난 2021년 1월 14일 이후 EU, 미국 터키, 대만,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한국, 싱가포르, 호주, 중국, 영국, 일본 등 14개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일본을 포함해 12개국은 결합을 승인하거나 심사 및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종료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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