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ELS 손실 100% 배상해야" vs "투자자도 일부 책임"
2024.02.12 18:19
수정 : 2024.02.13 21:00기사원문
반면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 정립 차원에서 판매사에 무리하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ELS 손실배상비율 의견 엇갈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40만좌 이상 팔린 H지수 ELS 상품 손실에 대한 책임분담 기준안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15~16일 H지수 ELS 판매 금융회사에 대한 추가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책임분담기준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다.
핵심은 ELS 판매사가 투자자 손실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배상할 지다. 이를 두고 금융업계에서도 ELS 사태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배상비율에 대한 온도차가 있다.
DLF 사태 이후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재발하고, 고난도 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판매사가 손실 100%까지 배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치매 환자나, 상품 가입 시부터 상품을 이해 못하는 소비자에 대해서는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에서 예외를 둬야 한다"며 "DLF나 라임 사태보다는 진일보한 배상 산정기준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투자자 책임원칙에 예외를 인정하고, 판매사 배상비율을 높이 설정할 경우 투자자의 '책임있는 투자 관행'이 자리잡기 어려워진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실제 금융투자상품 설계 구조상 문제가 많았던 DLF 사태에서도 금융회사의 배상비율 상한선은 80%였다. 당시 한 은행은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인 79세 고령 치매환자에게 80% 배상을 결정했다. 20%는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소비자보호법 8조에는 "금융소비자는 스스로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며 금융소비자의 책무도 규정하고 있다.
DLF 사태 당시 분쟁조정위원회는 금소법상 위반행위를 △적합성(적정성) △설명의무 △부당권유로 나누고 세 가지 의무를 모두 위반했을 때 기본배상비율을 40%로 설정했다. 투자자가 80세 이상 초고령자일 경우 10%p, 고령투자자 보호기준 미준수시 추가 5%p를 판매사가 더 부담하도록 했다. 예적금 가입이 목적인 고객이 상품에 가입해 손실이 난 게 인정됐을 때도 10%p를 더했다.
금융투자상품 경험이 10회를 넘었거나, 파생상품 손실 경험이 있었던 투자자에 대해서는 판매사의 배상비율이 10%p 감경됐다. 투자상품에 대한 이해능력이 높고, 투자자가 사실상 투자를 일임을 했을 때도 배상비율이 10%p 차감됐다.
■과징금 폭탄? 銀 '자율배상' 셈법 복잡
금융감독당국이 책임분담 기준안 마련을 서두르며 은행권 자율배상안까지 거론했지만 이같은 산정기준안이 빠른시간 안에 나오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하더라도, H지수 ELS 상품에 가입한 계좌 수만 40만좌 이상인 데다 사례별로 금소법상 위반 여부, 정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투자에 따른 위험을 정확히 고지했는지 등 설명의무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오인할 만한 내용을 알리는 부당권유 △투자자의 재산상황과 금융상품 취득·처분 경험에 비춰 자문이 적절했는지 등 적합성 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판매사 기본배상비율이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판매사 자율배상안의 경우 은행·증권사가 선제적으로 내놓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컨센서스다. 금감원 조사·검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에 판매사가 선제적으로 배상할 경우 불완전판매를 자인하는 꼴인 데다, 업무상 배임 이슈도 있어서다.
판매사가 금소법상 설명의무를 위반하거나, 부당 권유를 했을 때 판매 수익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낼 수 있는 만큼 은행·증권사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