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시중은행 ELS 판매 잠정중단에 직격탄

      2024.02.14 06:42   수정 : 2024.02.14 06:4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증권사가 시중은행의 ELS(주가연계증권) 판매 잠정중단 또는 축소 움직임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ELS 관련 손실만 최대 약 6조원으로 추정되면서 받은 영향이다.

이미 4대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은 ELS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증권사, 파생결합증권 발행 수익 창출에 부정적
14일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의 전체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 규모는 2023년 9월말 기준 99.5조원이다. ELS의 비중이 40.3%로 가장 높다.
이어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25.6%, DLB(파생결합사채) 24.2%, DLS(파생결합증권) 10.0% 순이다.

원금보장형인 ELB의 경우 주요 인수처는 퇴직연금이다. 전체 ELB 발행잔액의 86.1%다. DLB도 퇴직연금이 주요 인수처 중 하나다.

증권사가 발행한 ELS 중 은행신탁 형태를 통해 판매된 규모는 2023년 9월말 발행잔액 기준 전체 40.1조원 중 25.2조원으로 62.8%에 달한다.

윤재성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금융평가1실 수석연구원은 "은행은 공모로 발행된 ELT(주가연계신탁) 형태에 한해 ELS를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 은행의 ELS 판매축소 조치는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발행을 통한 수익창출과 조달원 다변화 측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밝혔다.

ELS는 종목이나 주가지수 등에 연동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발행된 당시 정해진 기간에서 기준점 이하로 기초자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면 투자자는 미리 약속한 수익률을 챙겨 상환 받을 수 있다.

은행들은 주로 증권사가 설계·발행한 ELS를 가져와 신탁(주가연계신탁·ELT)이나 펀드(주가연계펀드·ELF) 형태로 팔아왔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ELS는 '중위험·중수익' 투자처로 주목 받으며 활황을 보였다. 하지만 고금리 등에 ELS의 장점이 줄어들고, ELS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수요가 위축되자 발행 규모가 점차 감소했다.

은행이 ELS의 주요 판매 창구였던 만큼 시장 위축을 피할 수 없다. ELS 상품은 발행사인 증권사가 은행의 요구를 받고 제작하는 비중이 높다. 증권사는 ELS를 발행해 모인 자금을 채권 등에 재투자 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증권사 조달 어떻게 되나
국내 증권사의 조달구조를 살펴보면 예수부채와 차입부채를 합한 금액 중 ELS·ELB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9월말 기준 12.7%다. NICE신용평가는 ELS 발행잔액과 은행신탁을 통해 판매한 비중을 감안하면 예수부채를 포함한 조달규모 중 약 5%가 이번 판매축소 조치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ELB의 경우 헤지자산이 RP(환매조건부채권) 거래시 담보자산으로 활용하기 수월한 국공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RP매도를 활용한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면서도 "ELS는 헤지자산이 주로 파생상품 투자로 구성돼 있어 조달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퇴직연금 시장 확대 등 ELB 발행확대를 통해 ELS 수요 감소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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