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받아 테러단체 후원한 외국인 노동자, 항소심도 '실형'
2024.02.13 08:32
수정 : 2024.02.13 08: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에서 유엔(UN)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무장단체에 자금을 보낸 외국인 노동자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외국인 노동자는 테러단체라는 점을 알면서도 테러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2부(김수경 김형작 임재훈 부장판사)는 국민 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우즈베키스탄 국적 A씨(35)에게 1심처럼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1∼2022년 유엔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카티바 알타우히드 왈지하드'(KTJ) 조직원 2명에게 20차례에 걸쳐 400만원 상당 금품을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KTJ는 옛 알카에다 시리아지부 '자바트 알누스라'의 전투부대로 지난 2014년 시리아 정권 타도와 이슬람 신정국가 건설을 목적으로 결성됐다. 이 단체는 2019년 기준 약 500여명의 전투 요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6년 주 키르기스스탄 중국 대사관 자살 폭탄테러와 2017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폭탄테러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에 유엔은 2022년 3월 KTJ를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지난 2017년 비전문취업비자로 입국한 A씨는 KTJ가 사람을 살해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테러단체라는 점을 알면서도 텔레그램으로 테러 자금 지원을 권유받고 이에 응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A씨의 첫 지원은 2021년 8월로 파악됐다. 그는 '스나이퍼 저격 활동에 사용하기 위해 시계가 필요하다'는 제안에 국내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전자시계를 5만원에 직거래한 뒤 우즈베키스탄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A씨는 주로 조직원들이 알려준 국내외 계좌에 한 번에 수십만원씩 돈을 송금했으며, 일부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USDT(테더)로 바꿔 KTJ로 송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감형을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은 "테러단체의 존속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자금을 제공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액수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테러단체의 활동을 용이하게 만들기 때문에 국제 평화와 국가·공공의 안전을 저해할 위험이 매우 크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A씨는 항소심에 불복해 상고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