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환 체제 저출산위…'차원 다른' 저출산 대책 내놓나

      2024.02.13 14:54   수정 : 2024.02.13 14:5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최우선 과제로 '저출생'을 강조하고 인구컨트롤 타워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실무를 총괄하는 부위원장(장관급)이 전격교체되면서 차원이 다른 저출생 대책이 현실화될 지 주목된다. 저고위 부위원장에는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임명됐다. 정치인, 학자 등이 맡아왔던 저고위 부위원장에 중량감있는 주 전 장관이 오면서 예산 편성과 정책조율 등 저고위의 약한 부분이 대폭 보완될 것으로 전망된다.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부총리급 '인구부'신설로까지 이어지는 정부조직체계 대전환이 있을 수 있다는 예상까지 대두된다.

주 부위원장 "기존 대책 전면 재검토"

주형환 부위원장은 지난 12일 대통령실 인선 발표 후 소감에서 "(저출생 고령화 문제에 대해) 우리 경제 사회의 고질적 문제가 집약된 근본적이고 복합적이면서 구조적인 문제"라며 기존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임명 발표 자리에서 이같은 강도 높은 정책방향을 제시한 것은 윤 대통령이 저출생 극복에 강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게 배경으로 분석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해 말 국무회의, 올해 신년사, 최근 KBS 대담 등을 통해 저출생 극복을 강조해 왔다. KBS 출연 때는 합계출산율 1.0명이라는 목표도 제시하면서 저고위의 효율적 운용이 필요하다는 세부적인 언급까지 했을 정도다.

주 부위원장은 구체적 정책방향으로 "청년 3대 불안인 취업, 주거, 양육 불안을 덜어주는 구조적 대책은 물론 이민, 입양, 워라밸 등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장단기 과제를 나워 선택과 집중을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치, 사회적 분위기도 저출생 정책 강화 필요성에 방점이 찍힌다. 지난해 말 미국 뉴욕타임스가 한국 저출산 위기를 '흑사병'에 비유하고 저출산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통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정치권 또한 4월 총선을 앞두고 저출생 극복을 위한 공약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저출생은 기업이 당면할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민간기업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부영그룹이 최근 '1억원 출산장려금'을 지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저고위 상임위원을 거친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영그룹 1억원 출산장려금 지급으로 대두된) 출산장려세제지원 문제는 과거엔 부처협의가 안돼 진척이 안됐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움직이면서 논의가 본격화될 정도로 사회전반의 분위기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다른 차원 저출생 대책은

주 부위원장은 '불도저'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강한 업무 추진력을 갖고 있는 정통 관료로 알려져 있다. 기획재정부 차관보, 1차관을 거쳐 정책조율과 예산흐름을 꿰뚫고 있다.

다른 차원 저출생 대책의 핵심은 결국 예산의 효율적 조달, 정책조율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예산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되면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어서다. 실제 그동안 수백조원의 저출산 예산을 썼다곤 하지만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대비 아동가족 지출예산은 OECD 평균인 2.3%보다 낮은 1.5%다.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예산은 약 12조원이 추가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저고위 등에서 내놓은 추정치다.

이에따라 주 부위원장이 이끄는 저고위는 우선 증세에 대한 저항이 거센 상황에서 안정적 재정기반 마련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내국세의 일부를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조정하고, 교육예산의 일부도 사용하는 방안 등이다.

'부모보험'같은 사회보험을 신설, 육아휴직급여 등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인구정책과 관련된 세입과 세출을 정해놓고 이 부문의 예산을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인구특별회계'도 선택지의 하나로 꼽힌다.

정부 조직체계 개편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조직개편안을 내놨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부총리급 '인구부' 설치를, 더불어민주당은 저출생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집행하는 전담부서인 '인구위기 대응부' 신설 추진을 약속했다.

조직개편에는 국민의힘이 더 적극적이다.'부서 폐지'가 대통령 공약이었던 여성가족부 업무까지 인구부로 흡수시키겠다고 했다. 저출생 문제는 보건·복지, 교육, 노동 등 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만큼 부서 '칸막이'를 넘어 효과적 정책을 수립·실행하기 위해서는 부총리급 격상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다만 '태생적 한계'가 있는 저고위 조직으론 다른 차원의 대책을 내놓고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산권을 쥔 기재부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에 힘을 실어주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은 최근 모 언론과 인터뷰에서 "새 부처를 만들면 제대로 일하는 데 또 10년이 걸린다.
기재부든 복지부든 정책을 총괄할 부처를 정해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하고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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