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실리는 저고위… 법적권한·재정기반 강화 '급선무'

      2024.02.13 18:32   수정 : 2024.02.13 18:32기사원문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최우선 과제로 '저출생'을 강조하고 인구 컨트롤타워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실무를 총괄하는 부위원장(장관급)이 전격 교체되면서 차원이 다른 저출생 대책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저고위 부위원장에는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임명됐다. 정치인, 학자 등이 맡아왔던 저고위 부위원장에 중량감 있는 주 전 장관이 오면서 예산 편성과 정책조율 등 저고위의 약한 부분이 대폭 보완될 것으로 전망된다.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로까지 이어지는 정부 조직체계 대전환이 있을 수 있다는 예상까지 대두된다.

■주 부위원장 "기존 대책 전면 재검토"

13일 정부에 따르면 주 부위원장은 지난 12일 대통령실 인선 발표 후 소감에서 "(저출생·고령화 문제에 대해) 우리 경제사회의 고질적 문제가 집약된 근본적이고 복합적이면서 구조적인 문제"라며 기존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임명 발표 자리에서 이 같은 강도 높은 정책방향을 제시한 것은 윤 대통령이 저출생 극복에 강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게 배경으로 분석된다. 주 부위원장은 구체적 정책방향으로 "청년 3대 불안인 취업·주거·양육 불안을 덜어주는 구조적 대책은 물론 이민, 입양, 워라밸 등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 저출산 위기를 '흑사병'에 비유했다. 저출산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통계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저출생 극복을 위한 공약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저출생은 기업이 당면할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민간기업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부영그룹이 최근 '1억원 출산장려금'을 지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저고위 상임위원을 거친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영그룹 1억원 출산장려금 지급으로 대두된) 출산장려세제지원 문제는 과거엔 부처 협의가 안 돼 진척이 안 됐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움직이면서 논의가 본격화될 정도로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다른 차원 저출생 대책은

주 부위원장은 '불도저'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강한 업무 추진력을 갖고 있는 정통 관료로 알려져 있다. 기획재정부 차관보, 1차관을 거쳐 정책조율과 예산흐름을 꿰뚫고 있다. 다른 차원 저출생 대책의 핵심은 결국 예산의 효율적 조달, 정책조율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예산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되면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어서다. 실제 그동안 수백조원의 저출산 예산을 썼다곤 하지만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아동가족 지출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3%보다 낮은 1.5%다.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예산은 약 12조원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저고위 등에서 내놓은 추정치다.

이에 따라 주 부위원장이 이끄는 저고위는 우선 증세에 대한 저항이 거센 상황에서 안정적 재정기반 마련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내국세의 일부를 저출산 대응예산으로 조정하고, 교육예산의 일부도 사용하는 방안 등이다.

'부모보험' 같은 사회보험을 신설, 육아휴직급여 등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인구정책과 관련된 세입과 세출을 정해놓고 이 부문의 예산을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인구특별회계'도 선택지의 하나로 꼽힌다. 정부 조직체계 개편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부총리급 '인구부' 설치를, 더불어민주당은 저출생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집행하는 전담부서인 '인구위기 대응부' 신설 추진을 약속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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