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보다 작은 로봇이 몸속 돌며 질병원인 유전자 찾아낸다

      2024.02.14 10:44   수정 : 2024.02.14 10: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연구진이 몸 속을 돌아다니며 질병 원인 유전자를 찾아내는 세포보다 작은 나노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바이러스 크기 정도인 200 나노미터(㎚) 정도이지만 그 안에 엔진과 로터, 클러치까지 장착돼 있다. 질병을 유발하는 특정 RNA 유전자를 만나면 클러치가 작동하면서 세포의 유전자 활성화를 유도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 연구단 천진우 단장팀은 유전자 신호를 감지해 스스로 클러치를 작동하는 생체 나노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개발된 로봇중 가장 작으며, 클러치와 유전자 검출 기능이 유일하게 장착된 나노로봇이다.


바이오 나노로봇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페어 피셔 교수는 본 연구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나노로봇이며, 특히 지능형 나노로봇 발전에 있어 퀀텀 점프를 이룬 연구"라고 평했다.

클러치는 기계의 엔진을 구동하는 핵심 요소로, 엔진의 동력을 로터로 전달(go) 혹은 차단(stop)하는 장치다. 클러치로 인해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기계를 구동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도 향상된다.

연구진은 나노로봇을 독창적인 구조로 설계해 클러치 장치를 탑재하는 데 성공했다. 화학적 합성법을 통해 제작된 나노로봇은 미세한 구멍이 뚫린 공처럼 생긴 로터 안에 자성 엔진이 있다. 이 로터와 엔진은 각각 DNA로 코팅돼 있다.

로터 표면의 구멍을 통해 환경인자가 내부로 유입되어 특정 유전자 신호를 감지하면, 로터와 엔진에 코팅된 DNA 가닥이 서로 결합해 엔진의 힘을 로터로 전달하는 '클러치' 역할을 한다.

DNA 클러치가 작동하면 엔진에서 발생하는 힘이 로터로 전달돼 나노로봇이 헬리콥터의 프로펠러처럼 회전한다.

연구진은 "자성을 가진 엔진을 사용해 인체 외부에서 자력을 이용해 무선으로 로봇 제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자기장의 방향에 따라 회전력의 발생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도 있다.

이렇게 작동하는 나노로봇은 세포와 결합해 생체 신호를 기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질병 인자에 해당하는 특정 마이크로 RNA 유전자가 존재하는 경우, 클러치 나노로봇이 이를 감지하고 스스로 작동해 세포의 유전자 활성화를 유도한다.

DNA 클러치는 20개의 염기서열로 이루어져 있어 무한대에 가까운 질병 인자를 감지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즉, 무수히 많은 정보를 코딩해 기억 및 연산 기능을 가지는 '나노로봇의 지능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천진우 단장은 "정보의 프로그램화가 가능한 클러치를 만들었다는 것은 자율주행차 처럼 로봇이 스스로 주변을 감지하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머지않아 진단이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나노로봇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나노로봇을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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