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임원‧축구팬들 “클린스만 OUT” 한 목소리…정몽규 회장 결단 내릴까?
2024.02.14 15:14
수정 : 2024.02.14 16:49기사원문
일단 뜻은 모았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의 최종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
대한축구협회 '경기인 출신' 임원들이 모여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우승에 실패한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의 거취를 놓고 자유토론을 벌였다.
정몽규 회장은 불참한 가운데 지난해 5월 부임한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출신인 김정배 상근부회장 주재로 장외룡·이석재·최영일 부회장,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 정해성 대회위원장, 이정민 심판위원장, 이임생 기술위원장, 황보관 기술본부장, 전한진 경영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자유토론인 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고, 사령탑 경질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자리에서 이석재 부회장은 "제가 봤을 때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야 된다. 정비를 해서 새로운 면모로 가야 한다"며 경질론을 주장했다. 이번 회의에는 경질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YTN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선수 출신 협회 부회장과 임원을 중심으로 경질론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컵 4강에서 요르단에 0-2로 완패해 64년 만의 왕좌 탈환에 실패했다. 4강 탈락 이후에는 클린스만 감독이 유럽에서 활약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했고,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도 웃는 얼굴을 보였다는 등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서는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촉구하는 축구 팬들의 시위도 벌어졌다. 이들은 축구회관 앞에서 '클린스만 즉각 경질하라. 선임 배경과 과정 그리고 연봉 기준 공개하라', '축구협회 개혁의 시작, 정몽규와 관계자들 일괄 사퇴하라'는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들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늦어도 다음주까지는 전력강화위가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한국은 당장 다음달 21일(홈)과 26일(원정) 태국과 월드컵 2차 예선 3, 4차전을 연속으로 치른다. 만약 축구협회가 사령탑을 교체하기로 결정할 경우, 늦어도 태국과 2연전을 치르는 3월 A매치 기간(18∼26일) 전까지는 새 감독 선임을 완료해야 한다. 한 달 정도밖에 여유가 없다.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다면 지급해야 하는 거액의 잔여 연봉, 다음 회장 선거까지 남은 1년이라는 시간을 고려해 클린스만 감독과의 동행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약금 문제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클린스만 감독과 축구협회 간 계약에는 경질 시 잔여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계약기간은 북중미 월드컵까지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연봉 29억원으로 계산해 보면, 당장 경질할 경우 약 70억원을 클린스만 감독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는 축구협회의 올해 예산 1876억원의 3.7%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클린스만 사단의 코치진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까지 더하면 100억에 육박한다.
하지만 위약금이 아까워 그대로 갔다가 올해 9월 시작되는 월드컵 3차 예선에서도 부진하다면 그를 재신임한 정 회장의 입지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거액의 위약금과 국민들의 성난 여론 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형국에서 정 회장의 결단에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