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늘 불안하지만" 이재원, 드디어 빛 본 15년 차 배우 ①
2024.02.14 18:01
수정 : 2024.02.14 18:01기사원문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데뷔한 지 15년이 넘었는데 연기하면서 처음 상을 받습니다, 저를 캐스팅해 준 감독님들 앞으로 캐스팅해 주실 감독님들 감사합니다."
지난해 마지막 날 이재원은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극야'로 TV 시네마 상(단막극상)을 받고 가슴 벅찬 소감을 말했다. 첫 수상이니 조금 길게 말하겠다던 수상소감은 단 한 순간도 지루함이 없었다.
이 수상소감이 화제가 되었고 당시 출연 중이던 tvN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가 인기리에 종영하며 이재원에 대한 주목도는 더욱 높아졌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라디오스타' '전지적 참견 시점'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본캐'로도 호감도를 높이고 있다.
이재원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연락을 받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 "드디어 빛을 보나"는 기대와 격려의 메시지. 이재원은 들뜨지 않고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친근한 배우로 마음을 다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재원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어봤다.
-연말에 수상소감으로 화제가 되고 '웰컴투 삼달리'도 유종의 미를 거뒀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스스로 굉장히 누르려고 한다.(웃음) 수상소감을 한 뒤로 연락이 오는데 태어나서 제일 많이 받은 것 같다. 답장하는데 3일 정도 걸렸다. 침착하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생각이 자꾸 철학적인 방향으로 가게 되고, 나를 잡아주는 근본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된다.(웃음) 최대한 겸손해지려고 한다. 주변에서 '드디어 빛을 보나?' '드디어 됐구나' 이런 반응이다.(웃음) 이제 조금 관심을 받은 정도이고, 스스로 성취했다고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웰컴투 삼달리'를 어떻게 합류했나. 설정만으로 보면 '주인공 친구 경태' 정도의 첫인상이 아니었을까.
▶처음에 6부 정도까지 대본이 나와 있었다. 막연히 까불이 친구, '투머치토커' 친구처럼 보이지만 잘 보면 경태는 되게 독립적이고 누군가의 간섭도 받지 않고 친구에 대한 진심도 엄청나게 크다. 내면 깊숙하게 가지고 있는 감정이 너무 좋게 다가오더라. 되게 하고 싶었다. 삼달이(신혜선 분) 온 것도 바로 말하는 친구이기는 하지만 깊은 의리가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친했던 친구들도 생각나고 이거는 내가 보여줄 것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삼달에게 '내가 왜 네가 망한 게 좋겠냐?'라면서 울먹이는 신을 보며 경태가 평면적인 인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장면이 정말 중요했다. (신)혜선이도 읽는데, 그 장면이 너무 좋았고, 경태라는 인물을 너무 좋아했다고 하더라. 이 작품에 출연을 결정하고 혜선에게 연락했다. 혜선이와는 '푸른 바다의 전설' '비밀의 숲' '철인왕후' 세 작품을 같이 하면서 친한 사이였다. 혜선이가 '오빠 우리 제주소주 한잔할 수 있겠네'라며 좋아하더라. 모임이 있어서 만나서 작품 이야기를 하는데 '경태와 삼달이 신을 너무 좋아하고 대본을 읽다가도 눈물이 났다, 그 장면 잘 해줘야 해, 기대할게'라고 하더라.(웃음) 준비를 철저히 하게 만들었다. 혜선이가 원래도 연기를 잘하게끔 해주는 친구인데 혜선이의 마음도 삼달의 마음도 전해져서 그 신이 잘 나왔다.
-삼달리 오형제는 현장에서 어떻게 지냈나. 진짜 친구가 됐나.
▶나이도 비슷했고 같이 회식도 하면서 너무 좋은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 분위기가 현장으로 이어졌다. 극 중 서른여덟살인데 이들이 모이면 대화 내용이 좀 어리다.(웃음) 그래서 이런 대화를 하는 게 맞을까?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더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어릴 때 친구들 만나면 어릴 때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그런 대화를 하면서 이해됐다. 그 점에 맞춰서 연기하니까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더라. 유치해도 좋고 나이에 비해 어려도 좋으니 학교 다닐 때 같은 모습을 만들려고 했다.
-경태와 경태 어머니(백현주 분)가 삼달리의 소식통이다.
▶어머님이 연기 톤하고 실생활 완전히 다르다. 연기할 때 (본인과) 다른 걸 가지고 오시는 거다. 나는 그렇게 연기하는 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것이고 정말 대단한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캐릭터를 유지하는 것이다. 경태 가족을 시청자분들이 귀엽고 재미있게 봐주셔서 지켜본 입장에서는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다. 정말 '짬바'(짬에서 나온 바이브)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연구를 정말 많이 하셨다.
-경태로서 많이 공들였던 신은 무엇이었나.
▶술에 취해서 용필이(지창욱 분)가 제주도를 떠나지 않은 이유를 말하는 장면도 신경이 쓰였다. 공 들여 쌓아온 과거 서사를 경태의 입을 통해서 전달하는 것이니까 용필이와 경태의 감정도 전달이 돼야 하고 삼달이에게 울림도 줘야 했다. 말실수하듯이 가볍게 흘려버리면 안 될 것 같아서 그 연기가 쉽지 않았다.
-실제로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사람인가.
▶경태처럼 눈치가 없는 건 아니다.(웃음)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을 웃기는 걸 엄청나게 좋아했다. 요즘은 친구들을 자주 못 만나지만. 사람들을 만나면 많이 들으려고 하는데 술이 들어가면 왜 이렇게 말이 많아지는지.(웃음)
-'웰컴투 삼달리'는 꿈, 로맨스, 여러 가지 공감 포인트가 많았다.
▶꿈이 있어도 마음껏 펼치지 못한 장면에서 오는 답답함도 공감이 됐다. 내가 특히 공감이 크게 된 것은 13부, 14부에서 김미경, 유오성 선배님들의 이야기다. 부모님들 세대 이야기는 나에게는 없던 일이고 쉽게 일어나는 일도 아니니까 사실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선배님들의 연기로 보니까 그 깊이가 느껴져서 정말 미치겠더라. 방송을 보는데 눈물이 계속 나더라. 내가 그 이야기에 그렇게까지 공감할 줄은 몰랐다. 아 이런 상황에서 이런 나온다고 크게 느꼈다. 두 선배님은 현장에서 후배들을 정말 편하게 대해주시는 분들이다. 정말 존경스럽다.
-배우의 꿈을 안고 상경했던 시절도 떠오르지 않았나.
▶배우라는 직업이 굉장히 불안하지 않나. 주변에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다고 해주는 시기에도 내적으로 많이 고민했다. 배우는 작품이 없으면 불안함이 크다. 나는 연기를 하려고 서울에 오면서 '무조건 여기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삼달이가 다시 제주도로 가기 전의 마음이랄까.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작품이 끝나면 그때마다 위기였던 것 같다.(웃음) 그래도 운이 좋게 계속하고 있다.
<【N인터뷰】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