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결혼 바이럴' 남편까지는 아냐, 아내 덕에 힘 얻어" ②
2024.02.14 18:01
수정 : 2024.02.14 18:01기사원문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결혼 바이럴'(입소문) 남편까지는 아니에요, 제가 아내 도움을 많이 받았죠."
지난해 마지막 날 이재원은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극야'로 TV 시네마 상(단막극상)을 받고 가슴 벅찬 소감을 말했다. 첫 수상이니 조금 길게 말하겠다던 수상소감은 단 한 순간도 지루함이 없었다. 이재원의 진심과 재치 있는 말솜씨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 수상소감이 화제가 되었고 당시 출연 중이던 tvN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가 인기리에 종영하며 이재원에 대한 주목도는 더욱 높아졌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라디오스타' '전지적 참견 시점'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본캐'로도 호감도를 높이고 있다.
이재원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연락을 받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 "드디어 빛을 보나"는 기대와 격려의 메시지. 이재원은 들뜨지 않고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친근한 배우로 마음을 다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재원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어봤다.
<【N인터뷰】①에 이어>
-제주도 삶은 어땠나. 정말 소주 한잔할 시간은 있었나.
▶5~6개월 정도는 제주도에서 촬영했다. 이동 거리가 기니까 연기에 집중하기가 훨씬 편하달까. 이재원에서 경태가 되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니까 제주도에 도착하면 경태가 된 느낌이었다. 스태프들과도 더 친해졌고 배우들하고 가깝게 지냈다. 서울에서 촬영하고 '어 나중에 또 보자' 이런 것과는 다르잖나. 같이 밥도 먹고.(웃음) 그때 축구 국가대표 경기가 있었는데 숙소에서 혜선이 영석이 명진이랑 회 먹으면서 축구를 봤다. 정말 삶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재미있는 축구 경기였다.(웃음)
-유일한 기혼자인데 외지 생활이 길었다.
▶한 번 가면 2박, 3박 이렇게 하게 되니까 아내와 장모님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컸다. 가면 좋은데 또 온전히 좋지만은 않은? 그런 마음이다. 아내와 제주도 추억이 많은데 나 혼자 맛있는 거 먹으면 미안하고 생각나고 그렇더라.
-이재원에게 힘이 되어주는 삼달리, 오형제 같은 존재는 누구인가.
▶아버지와 아내 그리고 아기들이다. 아버지는 예전부터 제게 버팀목이 되어주신 분이다. 내가 원초적인 불안이나 걱정이 생겨 아버지와 통화를 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불안은 배우의 숙명이라는 걸 아버지가 잘 알고 계시고, 그런 면에서 내가 하는 작은 걱정의 덧없음에 대해 말해주시고는 한다. 아버지 덕분에 내가 작은 상황이나 순간에 움츠러들어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다른 방향으로 향할 것 같으면 제가 연기를 하려고 했던 이유, 연기를 하면서 행복했던 순간을 짚어주신다. 아내도 대범한 면이 있어서 그런 마음을 공유할 때마다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이기게 만든 건 우리 아이들이다. 보기만 해도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생긴다. 그게 '극야'의 이야기로도 연결이 됐고 공감대도 많이 형성할 수 있었다.
-마지막 회에서 김아영과 로맨스를 했는데 아내의 반응은.
▶'닥터 이방인'에서 바람둥이 캐릭터여서 키스 장면이 많았는데 아내는 오히려 '해탈 잼'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서 SNS에 올렸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경태의 이야기가 정말 사랑스럽고 행복하게 마무리가 된 것 같다. 작가님에게 감사했다. 아영씨가 센스 있고 귀엽게 연기를 해주셔서 재미있게 연기했다.
-'시청자들이 이런 부분 지루할 수 있으니 빨리빨리 진행해야 한다'라는 대사는 애드리브였나.
▶대본에 있었다. 작가님이 시청자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대본을 쓰시는 것 같더라. '이 내용 답답하지? 이제 금방 지나가' 느낌으로 해주신 게 아닐까. 시청자분들은 경태와 같이 보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친숙한 캐릭터로 봐주셔서 좋았다.
-인기가 많은 드라마였는데 반응을 체감했나.
▶내가 집 앞 칼국수 식당을 정말 자주 간다. (사장님이) 예전에는 저를 모르고 단골로만 아시다가 얼마 전에 등짝을 세게 때리시면서 '왕경태!' 하시더라.(웃음) 손님들이 다 쳐다보셨다.
-배우가 되고 15년 만에 처음 상을 탄 거라고. 소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그동안 SBS 드라마를 많이 했는데 시상식을 가는 배역 그다음 정도의 배역을 한 거다. 그래서 연말에 시상식을 못 갔다. 집에서 TV로 시상식을 보는데 같이 작품을 한 동료들은 다 나오지 않나. 가족들이 아무도 뭐라고 안 하는데, 나 혼자 마음이 나무거운 거다. 이번에 참석도 처음인데 수상까지 하니까 기뻤다. (시상식에 가는데) 차 안에 휴대전화 거치대가 툭 떨어지더라. 매니저가 당황해서 '어? 이거 왜 이래'하는데 나는 오히려 안심됐다. 내가 예전에 대학 입시 날에도 문고리가 떨어졌는데 합격했다. 그래서 그런 신호도 좋게 받아들이고는 했다.(웃음)
-시상식 후 집에 돌아온 영상이 아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면서 '결혼 바이럴상'으로 불렸다.
▶아내가 센스있게 올려준 것 같다. 그렇게 많은 분들이실 줄은 몰랐지만. 주변에서 많이 축하해주니까 아내는 그분들이 보고 싶어 하지 않으실까 싶어서 찍었다고 하더라. 나는 그 정도(결혼 바이럴)까지의 남편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아내에게 하는 것보다 더 좋게 봐주시는 거다.
-결혼의 장점은 뭔가. 본인은 결혼을 통해 연기 활동에도 힘을 많이 얻고 있는 것 같다.
▶결혼에 관해 이야기하기는 어렵겠지만, 나의 경우는 '아저씨' 때부터 연애했으니까, 오래 하기도 했고 아내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도 없다.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과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결혼의 장점이라면 장점이 아닐까. 말하지 않아도 행복을 나눌 수 있는 거다.
-차기작도 있다고. 앞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친근한 배우, 계속 기대되는 배우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