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라 애 키울 자격 없다네요" 한국 남자와 결혼한 베트남 여성 '울분'

      2024.02.15 06:00   수정 : 2024.02.15 06:5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가정폭력을 일삼으며 생활비도 주지 않던 한국 남편이 이혼 소송을 제기해 베트남 국적 아내가 자녀 양육권을 걱정하는 사연이 알려졌다.

14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따르면 베트남 국적 A씨는 2015년 한국 남성과 결혼해 아들을 출산했다. 하지만 남편의 폭언과 폭행이 이어지면서 병원 치료를 받는 등 극심한 고통 속에서 결혼 생활을 이어갔다.



결국 A씨는 남편과 별거하고 아이를 돌보기로 했다. 그러나 남편은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해 일하면서도 A씨에게 생활비나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A씨는 서울의 한 회사 물류창고 직원으로 근무하고 근무 시간에는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겼다. 그러다 회사 사정으로 서울에서 울산으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자 시어머니가 더 이상 아이를 돌봐줄 수 없다고 해서 아이만 데리고 울산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그렇게 별거 기간이 2년이 지나자 남편은 아내가 동거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가출했다는 이유로 A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현재 아들과 단둘이 살고 있다. 남편과 이혼하고 싶다"며 "남편은 제가 베트남 국적이라 양육권을 가져갈 수 없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하소연했다.

사연을 접한 김규리 변호사는 "외국인이 한국인과 혼인신고한 뒤 2년 거주 등 요건을 충족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며 "A씨가 베트남 국적이라도 남편이 한국에서 이혼 소송을 청구했기 때문에 소송 진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민법 제840조 제2호는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경우'를 이혼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A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경제 활동을 지속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김 변호사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혼 소송에 대해서는 "남편이 주장하는 혼인 파탄 원인을 다투는 동시에 남편의 부당한 대우 때문에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며 "반소(反訴)를 통해 이혼을 청구하고, 그로 인한 위자료도 함께 청구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A씨가 양육자로 지정될 가능성에는 "혼인 기간 내내 양육을 전담한 점과 지금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점, 양육 환경, 아이에 대한 애정과 친밀도, 경제적 능력 등을 주장한다면 충분히 양육자로 지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에서 결혼 생활을 한 외국인들은 이혼하면 한국에 살지 못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인 배우자에게 혼인 파탄 귀책 사유가 있거나 미성년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경우에는 체류 자격을 연장하거나 인정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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