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고금리, 다른 물가” 둔화하는 유럽, 끈질긴 韓·美

      2024.02.15 16:15   수정 : 2024.02.15 16: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2022년 하반기 10%를 상회했던 영국 등 유럽의 물가가 에너지 가격 하락에 힘입어 지난달 3~4%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미국은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등 여전히 목표 물가(2%)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도 국제유가 상승과 과일 등 식료품 가격 상승에 이달에 다시 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영국의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0% 상승하며 영란은행(BOE)의 전망치(연 4.1%)를 하회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도 연 5.1%로 시장 예상치(5.2%)를 밑돌았다.
특히 식품 물가의 경우 0.4% 떨어지며 지난 202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영국의 소비자 물가는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지난 2022년 10월 연 11.1%까지 치솟았다. 이후 BOE가 기준금리를 2023년 8월까지 연속 14차례 인상해 5.25%까지 올려놓으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물가 상승률이 완벽한 직선으로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정부 계획이 효과가 있다"며 "중앙은행은 수개월 안에 약 2%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물가도 떨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당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8%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2.9%)보다 0.1%p 둔화한 것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상승률도 전월(3.4%)보다 하락한 3.3%를 기록했다. 특히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를 기록해 전월 대비 0.7%p 낮아지며 안정세를 찾았다.

이는 지난달 에너지 가격이 전월에 이어 6% 넘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1월 유로존의 에너지 가격은 6.3% 하락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로존의 물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지난 2022년 말 10%대까지 상승했고 독일의 물가 상승률은 11%를 상회한 바 있다.

이같이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은 소비자물가가 반등했다. 미 노동부의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간 3.1% 상승하며 예상치(2.9%)를 상회했다. 근원 CPI도 전월과 동일한 3.9%를 기록하며 예상치를 0.2%p 넘어섰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전월에 이어 주거비 인플레이션 둔화가 예상보다 부진했다”며 “항공 및 숙박비 등 변동성이 큰 서비스 항목들이 근원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마이클 바 연준 감독 부의장은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기 전에 지속해서 좋은 데이터를 확인해야 한다"며 "1월 보고서는 2% 인플레이션으로 돌아가는 길이 험난할 수 있음을 상기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8%로 6개월 만에 2%로 복귀했다. 그러나 전년 동기보다 5.0% 하락한 석유류가 전체 물가를 0.21%p 하락시킨 일등공신임을 고려할 때 최근 반등하는 유가에 물가 상승률이 다시 오름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두바이유는 지난달 배럴당 81.90달러를 기록하며 전월보다 6% 넘게 상승했다.

과일 등 식료품 물가도 변수다. 지난달 식료품 물가는 1년 전보다 6.0% 오르며 4개월 연속 6%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사과·배 등 과일값이 폭등했다.
지난달 과일 물가는 26.9% 올라 2011년 1월(31.2%)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에 전체 물가상승률(2.8%)에 대한 과일 물가 기여도는 0.4%p로 2011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한 금통위원은 1월 금통위에서 "소비자물가가 앞으로도 1년 이상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공급 측면의 상방리스크도 상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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