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쿠바, 실리 택했다… 韓, 수교 시도 25년만에 결실

      2024.02.15 18:55   수정 : 2024.02.15 18:55기사원문
윤석열 정부가 북한과 가까운 쿠바와 수교를 맺는 데 성공했다. 1999년부터 시도해온 25년 노력의 결실을 본 것이다. 정부에선 대(對)사회주의권과 중남미 외교의 '미싱링크'를 채웠다는 점, 또 북한이 '형제국'이라 칭하는 최우방과 수교함으로써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효과를 강조했다.

이번 수교가 가능했던 이유로는 쿠바의 경제난이 가장 컸다는 분석이다.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 한국과 쿠바의 주유엔대표부가 미국 뉴욕에서 외교공한 교환 형식으로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최종 합의했다고 전했다.
국가안보실에 의하면 물밑 합의가 이뤄진 건 지난 설 연휴 때였고, 곧장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가 되면서 13일 국무회의에 비공개 안건으로 올라 의결됐다. 북한의 견제를 의식해 극비리에 진행한 것이다.

안보실 고위 관계자는 "쿠바와의 수교는 오랜 염원이자 과제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안보실과 외교부를 비롯한 유관부처의 긴밀한 협업, 다각적 노력의 결실"이라며 지난해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이 쿠바 측 고위 인사와 세번 접촉한 것, 또 수교 교섭을 맡은 허태완 주멕시코 대사가 쿠바를 직접 방문해 협의했던 노력을 언급했다.

쿠바와 수교를 맺은 의미에 대해선 중남미 모든 국가와 관계를 가지며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외교적 지평이 넓어졌다는 설명이다. 사회주의권과 중남미 국가들 중 유일한 미수교국이었다는 점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쿠바 빼고는 모든 사회주의권, 중남미 국가들과 외교관계를 갖고 있었기에 이제야 빠진 고리를 채웠다는 의미가 크다"며 "미싱링크와 같은 공백을 채웠기에 우리 외교의 폭이 확실히 넓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대한 대목은 북한이다. 안보실에 따르면 쿠바는 1986년 3월 북한과 친선 조약을 통해 '형제적 연대성 관계'를 맺은 나라라는 점에서, 이번 수교는 북한으로선 가장 믿고 있던 우방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정치적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는 현실을 자각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기대다. 특히 안보실은 쿠바가 북한과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은 것을 두고 "대세가 누군지 분명히 보여줬다"고 자평했는데, 구체적으로 남북의 경제력 차이가 큰 요인이라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정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쿠바는 미국의 제재를 받는 것은 물론 관광으로 먹고 살다가 코로나를 거치며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워낙 먹고살기 힘들다 보니 이념적인 것을 떠나 한국과 협력하는 게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국 내 반응이 큰 한류와 많은 관광객들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다만 쿠바와의 수교를 북한 견제에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건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북한으로선 충격적이고 '이제 믿을 건 러시아뿐'이라는 정도의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쿠바는 우리와의 수교의 결정적 배경이 경제발전이라서, 그 외에 이념적인 문제는 없다고 하면서 북한과 단절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쿠바와의 관계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미국의 제재다. 쿠바에서 원하는 경제발전을 위해선 통상 확대와 자유로운 관광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미국이 걸림돌이 된다.
안보실에 따르면 쿠바와의 교역은 미국의 제재로 인해 제3국을 통한 대금결제를 해야 해 규모가 약 2000만달러에 불과한 상태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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