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쿠바 수교, K-포용외교 본격화 계기 삼아야

      2024.02.17 06:00   수정 : 2024.02.17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쿠바는 국제정치의 변곡점에서 줄곧 주목을 받아온 국가다. 쿠바는 1492년 콜럼버스에 의해 발견되어 스페인 영토가 된 후 소위 서구 세력의 제국 정치하에서 식민지배를 받게 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그러던 중 19세기 중·후반 독립전쟁이 불타올랐고, 1898년 미해군 메인함 침몰사건이 계기가 되어 쿠바에 개입한 미국은 스페인과 전쟁을 하게 된다.

이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자 스페인은 쿠바를 미국에 넘겼고, 미국은 1899∼1902년까지 쿠바를 군정으로 통치하게 된다. 마침내 1902년 쿠바는 독립국가가 되었고, 1903년 쿠바는 관타나모 해군기지를 빌려주게 된다.
한편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정권을 장악한 후 쿠바는 공산주의 국가가 된다. 냉전기인 당시 미국은 공산주의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1961년 1,500여 명의 쿠바 망명인을 활용하여 쿠바를 침공한 피그만 사건도 발생하게 된다. 냉전이 미소대결로 핵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도 국제정치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남아 있다.

이처럼 쿠바는 국제정치의 소용돌이의 중심에 놓여있던 국가다. 특히 쿠바는 자유진영과 공산주의 진영 간 대결에서 공산 진영의 첨병과도 같은 국가였다. 2024년 2월 14일 한국은 바로 그 쿠바와 공식 수교를 했다. 쿠바는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라는 공식적 기록은 차제하더라도, 북한과 “형제국”으로서 자리매김을 했던 국가라는 점에서 한국-쿠바 수교의 의미는 남다르다. 북한의 전략적·외교적 고립을 가중시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반대급부로 러시아와의 협력강도 강화에 더 목매는 행태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쿠바는 한국과 수교를 함으로써 국제정치의 변곡점에서 다시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현 국제정치는 과도기 국제질서 성격인 신냉전으로 규정된다. 세계화의 문이 닫히고, ‘자유주의 진영 대 권위주의 진영’ 간 대결이 심화되고 있으며, 강대국 정치는 공격적 현실주의의 역학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심화하는 신냉전 구도 와중에 공산국가 쿠바가 자유주의 진영의 대표국가인 한국과 수교를 함으로써 국제정치에 새로운 변화를 던져주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비유사입장국과도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모멘텀이 되고,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와의 협력 확장을 위한 단초로 작용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한국-쿠바 수교는 단순한 외교적 사례를 넘어 한국 외교전략의 진화를 중간점검하는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안보외교(Security Diplomacy),’ ‘포용외교(Inclusive Diplomacy),’ ‘확장외교(Expanded Diplomacy)’라는 3단계 진화에 기반한 외교전략을 구사하는 혜안을 발휘해야 한다. 현재 동맹과 우방국과의 결속을 극대화하는 ‘안보외교’는 확실하게 완성한 상태다. 현 정부들어 새롭게 디자인되어 가동되고 있는 핵협의그룹(NCG)과 한미일 안보협력체가 이를 방증한다. 이제는 2단계인 포용외교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다. 포용외교는 중국과 같은 비유사입장국과의 외교적 협력을 높이는데도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는 외교적 진화단계다.

한일중 정상회의나 한중 정상회담도 포용외교 차원에서 외교적·전략적 의미가 담대하다.
이번 한국-쿠바 수교는 한국이 포용외교를 실제로 정책화해서 외교의 현장에서 펼쳐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기에 이를 계기로 포용외교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필요가 있다. 포용외교는 신냉전 구도를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국제적 안정성에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2단계 포용외교가 어느 정도 성과를 도출하면 3단계 확장외교로 진화시켜 외교적 확장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대적으로 외교적 비관심대로 남아 있는 중앙아시아 같은 국가로도 외교적 지대를 넓혀야 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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