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트럼프에 "벌금 4800억원 내라"..."범죄 인식 결여, 병적인 수준"

[파이낸셜뉴스]

미국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이 16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기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4800억원 벌금을 내라고 판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일가와 그의 사업체인 트럼프재단이 은행대출을 하면서 자산을 부풀려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혐의에 대한 재판결과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며 맨해튼지방법원 아서 엔고론 판사는 이날 트럼프 측에 모두 3억6400만달러(약 4860억원) 벌금을 내라고 결정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22년 9월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결정이다.

벌금 3억6400만달러는 뉴욕주 검찰이 재판부에 요청한 2억5000만달러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항소심에서도 1심 판결이 유지되면 트럼프는 상당한 재산 손실을 감수해야 하고, 현재 그의 아들인 에릭과 트럼프 주니어가 맡고 있는 그의 가족 기업 트럼프재단 경영권도 위태로울 수 있다.

트럼프 측은 즉각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엔고론 판사는 92쪽에 이르는 판결문에서 비록 트럼프가 폰지사기를 저지른 버나드 메이도프 같은 정도는 아니라면서도 이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가 범죄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엔고론은 "이들은 회한, 후회 같은 감정을 완전히 결여하고 있다"면서 "거의 병적인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들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자산가치를 부풀린 혐의로만 기소됐다"면서 "증거서류들은 이 사실을 거듭, 거듭 입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고론은 트럼프와 트럼프재단에 3억5500만달러,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에게 각각 400만달러, 또 '트럼프의 회계사'로 불렀던 앨런 와이셀버그에게도 100만달러 벌금을 물렸다.

맨해튼법원은 아울러 트럼프가 3년간 뉴욕주내 사업체에서 고위직을 맡을 수 없도록 했고, 두 아들도 2년간 같은 법적용을 받도록 했다.

엔고론이 '병적인 수준'의 '범죄혐의 무자각'을 비판한 가운데 트럼프 측은 은행들이 피해를 보지 않았다면서 이를 민주당 인사들이 벌인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번 재판은 민사사건이다.

현재 트럼프가 받고 있는 형사재판 4건과는 별개 사건이다.

[e-mail]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