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지 못한 세월호·이태원참사 독립조사...재난조사기구 개편 필요

      2024.02.18 13:04   수정 : 2024.02.18 13: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재난조사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재난조사기구 설치 필요성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공정하고 투명한 재난조사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태원참사 이후 사고 원인 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면서 이런 요구가 더 강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 재난안전조사과와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재난원인조사실이 신설됐다. 하지만 포항지진, 이태원 참사 등 대형재난 발생 시 재난조사기구의 독립성과 신뢰성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4년 도입 이후 최근까지 사상자가 5명 이상 발생한 재난 86건 가운데 23건만 원인 조사가 이뤄졌다. 그나마 정부 합동으로 조사가 이뤄진 건 2014년 경주 리조트 붕괴와 2020년 이천 물류센터 화재 단 2건이다.


■재난조사기구 독립성 미흡
우리나라는 각 부처별로 총 25개의 재난(사고)조사기구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상설 재난조사기구는 항공기・철도・지하철사고를 담당하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국토교통부 소속)와 해양선박사고를 담당하는 해양안전심판원(해양수산부 소속) 2개이며, 나머지 비상설 조사기구 등 조사기구가 분산돼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형태의 조사기구는 해당 사고조사의 전문성・수월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개별 조사기구가 각 부처에 소속되면서 조사의 객관성 및 신뢰성 확보를 담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재난조사기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조사기관의 독립성을 법으로 최대한 보장하고, 정책당국이나 규제당국과 완전히 분리하는 등 여러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있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국회입법조사처 배재현 입법조사관은 "재난조사기구를 관련 부처를 포함해 관계기관이나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최대한 독립시키고, 인사와 예산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재난조사기구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는 조사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기적인 교육을 시행하는 등 사고조사 분석 전문가를 양성해 나가야한다"고 조언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경우에 있어서도 독립성의 문제는 늘 논쟁거리였다.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이 되는 해양수산부가 특별조사위원회 관련 시행령을 제정하고 이에 따라 조직을 구성하는 등 위원회의 업무 수행에 있어 핵심 수단이 되는 조직 구성이 정부의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독자적 인력·예산 운영기관 필요
우리나라 재난조사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상설 재난조사기구들을 부처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국의 경우도 처음에는 부처소속 기관으로 운영하다가 독립성과 중립성 그리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점차 다양한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해 나가는 추세다. 우리의 경우도 부처로부터 독립시켜 총리실 소속으로 하거나 아예 독립기관으로 만드는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미 주요 선진국에서는 재난조사기구가 관련 부처로부터의 독립을 통해 규제당국과 완전히 분리돼 이해충돌의 소지를 최대한 줄이고 기관 및 예산 등의 독립성도 가지고 있다. 특히 미국, 캐나다의 경우 의회에 직접 보고하고 있다. 해당 분야의 충분한 전문성을 가진 조사인력을 확보해 조사결과의 수용성을 확보하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또한 해외 다수의 국가들은 항공・철도・선박사고 등 교통사고, 화학사고 등 재난유형별로 별도의 조사기구를 운영되고 있다. 스웨덴・핀란드와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단일한 조사기구가 모든 사건・사고를 조사하는 통합기관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중립적 입장에서 공정한 조사가 가능하도록 대부분 관련 부처로부터 독립했거나 대통령 직속 독립기구의 형태로 운영하는 등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북유럽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재난에 대한 상설 총괄조사기구를 마련하는 방안도 대안모델로 꼽힌다. 또 기술적 조사와 사법적 조사의 분리를 통해 조사 자체에 역량을 집중해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대형재난사고후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기술적 조사와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한 사법적 조사가 혼재돼 책임규명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고와 관련된 피조사자들이 민・형사상 책임의 부담으로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다만 조사기구의 역할은 사실을 바탕으로 원인을 규명하는 것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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