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전쟁터 된 미래의 땅, 신장 위구르 지역
2024.02.18 14:55
수정 : 2024.02.18 14:5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 신장 위구르 자치구가 미국 등 서구 국가들과 중국 사이에 첨예한 외교적 힘겨루기의 장이 되고 있다. 미국 등은 중국 당국이 위구르족에 대해 인권 탄압과 인종 말살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다. 반면, 중국 당국은 이데올로기에 편향된, 사실과 다른 비난이라며 미국 등의 내정 간섭이라고 일축해 왔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은 지난 1월 23일에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인권 기록에 대한 검토를 통해 중국에게 신장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의 권리 보호 등을 요구하면서 중국의 인권 상황을 비난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유엔총회 기간 미국, 영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유엔 51개 회원국은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 국가들은 "중국 당국이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면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권고에 따를 것을 촉구했다.
OHCHR은 지난 2022년 "중국 당국이 위구르족을 자의적으로 구금하고, 종교·문화 전통을 탄압하는 한편 고문과 강제 노동, 성폭력 등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이들에 대한 인권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022년 5월 국제종교자유보고서의 발표에 맞춘 회견에서 "여러 비정부기구들이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제노사이드(집단 살해)'와 인도 주의에 대한 죄를 기록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강제노동, 강제 불임수술, 친자 분리, 문화 멸종, 종교 탄압 등의 박해를 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또 100만 명 가량의 위구르족들이 강제 노동 수용소에 수용돼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중국은 강제 노동이 아니라 생활 향상을 위해 직업기능교육훈련센터에서 이뤄지는 교육이라면서 이는 유엔 등의 반테러 결의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슬람의 중국화 등 동화정책 가속화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는 이슬람 세계로의 편입을 원하는 위구르족들의 무장분리독립운동 등 소요가 끊이지 않아왔다. 2009년 대규모 폭동으로 공식적으로만 197명이 사망했다. 100여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2014년 자치구 수도인 우루무치 폭동 이후 중국 당국의 강력한 대응으로 준계엄 상태지만, 치안은 안정을 되찾았다.
중국 정부는 테러 대응의 차원에서 신장 위구르 지역의 소요를 다루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해 8월 26일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방문해 "사회 안정 유지를 제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해 테러나 분리독립주의자들과의 싸움을 더 강하게 진행할 뜻을 밝혔다. 시 주석은 우루무치 연설에서 "이슬람교의 중국화를 추진하고 불법 종교 활동을 효과적으로 단속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의 공통 언어·문자를 사용하는 의식과 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위구르족의 한민족 동화 정책을 더 철저히 진행시키기 위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 이슬람 사원 양식도 신축 또는 개축할 경우, 중국식으로 고쳐야 한다는 조례 등도 올 들어 시행됐다.
시 주석은 2022년 7월 방문에서도 테러 대책 강화를 천명했다. 시 주석의 2014년 신장 방문 때에는 현지 시찰 직후 우루무치 역 앞에서 자폭 테러가 일어났다.
개발 진전 속에 한족 인구 빠른 증가, 일대일로 개발의 전략적 거점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한반도의 7.27 배 넓이인 160만㎢로 중국 전체 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한다. 중국 국무원(정부)이 지난 2021년 9월에 펴낸 백서에 따르면, 총인구는 2585만명으로 10년전 조사때보다 18.5%가 증가했다. 민족별로는 원주민인 위구르족이 45.0%, 한민족이 42.2% 규모다. 10년 사이 한족은 23.7% 늘었고, 위구르족은 16.2% 증가했다. 한족이 더 빠르게 늘어난 것은 개발 진전에 따른 이주 결과로 보인다. 아직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가능성의 땅으로 남아있다. 지리적으로 신장 위구르 지역은 러시아, 카자흐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에 접해 있다.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튀르크족, 몽골족 등의 지배를 받았다. 1755년 명나라 유신들을 완전히 제압한 청나라가 이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했지만, 위구르족들의 끊임없는 반란에 시달려야 했다. 19세기 중반 청나라가 혼란에 빠지면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자 1864년 대대적인 반란이 일어나 청의 군대는 이 지역에서 철수했다가 1884년 다시 청나라에 복속되기도 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