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전쟁' 김덕영 감독, 이승만을 말하다
2024.02.18 18:43
수정 : 2024.02.20 10:51기사원문
지난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CGV. 이른 아침부터 극장 안은 많은 관객들로 북적였다. 영화 '건국전쟁'을 보러온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이었다. 이날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여의도CGV 9개관 전관을 빌려 '건국전쟁' 단체관람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단체관람 행사에는 영화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59) 외에도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영화 상영에 앞서 진행된 무대인사에서 이영훈 담임목사는 "이승만 대통령은 원래 목사가 되려고 한 분이었는데 나라를 구하고자 정치인이 됐다"면서 "그런 분이 대한민국을 건국하는 데 앞장섰으니 우리는 이 나라가 바로 서고 건강한 나라로 변화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덕영 감독은 "개봉 초기엔 극장을 잡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지만 이런 작은 불씨들이 확산되면서 더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주고 있다"면서 "이 영화가 대한민국에서 거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화답했다. 무대인사를 마치고 나온 김덕영 감독을 만나 '건국전쟁'을 둘러싼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건국전쟁'의 흥행을 축하드린다. 이번 작품이 이렇게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보통 5만명 정도를 넘으면 흥행에 성공했다고 말할 정도로 흥행하기 어려운 장르다. 개봉 16일째인 이날 현재 이 영화가 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480만), '워낭소리'(293만), '노무현입니다'(185만)에 이은 다큐 영화 흥행 톱4 기록이다. 개봉 16일 만에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흥행세가 심상찮은데, 이번 작품의 흥행 윈동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사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10대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학교에서 전혀 배우지 못한 내용들을 영화에서 보고 충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100분이라는 시간 동안 차분히 이승만 대통령을 둘러싼 당시의 역사적 환경을 관찰하면서 무엇이 진실인지 스스로 깨닫고 있다. 20~30대 여성들은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의 미국 맨해튼 '영웅 거리' 퍼레이드를 보면서 그렇게 세계에서 인정받는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선 그동안 너무나 저평가 받고 무시 받았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그러면서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말하고 있다. 중장년층의 지원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실제로 10대 및 20~30대 관객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이것이 흥행의 원동력이라고 본다.
―영화에 방대한 자료와 필름이 사용됐는데 이것을 모으는데도 꽤 시간이 걸렸겠다. '건국전쟁'은 언제부터 기획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나.
▲지난 2020년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을 마친 뒤에 차기작을 고민할 때였다. 당시 북한 체제의 모순성을 16년 동안이나 연구한 셈이었다. 가만히 보니까 흥미로운 구호가 하나 떠올랐다. "이승만 괴뢰 도당을 타도하자!" 1960년대 막을 내린 이승만 정부를 북한은 1990년대, 2000년대까지도 비판하고 있었다.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왜 사라진 정부를 놓고 그렇게 날선 비판을 하는 것일까? 그렇게 이승만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승만을 죽여야 했던 북한 김일성 체제, 남한의 주사파 세력들, 그들의 연합 작전이었다. 한반도에서 자신들이 정통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어떤 이데올로기적 발동 같은 것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그건 문재인 정부의 통일정책으로까지 이어지는 아주 놀랍고 무서운 반자유민주주의적 이념이었다. 이승만이 그 희생물이 되었던 셈이다.
―작품 속에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이 여럿 나오지만 그중 가장 위대한 부분을 하나 고른다면.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토지개혁, 여성투표권 부여. 이 세 가지는 거의 이승만의 단독 플레이였다. 1948년 여성에게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선각자들이 당시 얼마나 됐겠는가. 토지개혁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대한민국의 오늘과 같은 발전과 번영을 이룰 수 있는 근본적 토대였다. 인간이라면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자신이 누리는 혜택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출발은 이승만이었다. 그걸 부정할 수 있는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
―이번 작품에서 관객들이 꼭 기억했으면 하는 부분이나 대사가 있다면.
▲영화 속 내레이션 중 이런 부분 있다. "살아 생전 그토록 다시 오고 싶었던 자신의 고국이었지만 생을 마감하고 나서야 그는 고국 땅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날 장례식은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러졌지만 그를 떠나 보내는 슬픔은 온 나라가 함께했다. 이승만 시대의 마지막이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그의 유해가 정들었던 서울의 거리 곳곳을 지날 때마다 수많은 국민들이 애도의 뜻을 담아 그와 작별을 고했다. 그가 한평생 무엇을 위해 싸웠고 진정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걸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이승만이 꿈꿨던 그런 나라를 진정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일까?" 이 부분을 많은 분들이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영화에 보면 잘못된 역사적 사실을 지적하는 부분이 많은데, 요즘 젊은이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이승만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는 어떤 게 있나.
▲6·25 때 '서울 시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라고 방송하고 자기가 제일 먼저 한강다리를 끊고 도망쳤다는 '런승만'(도망치다는 뜻의 RUN과 이승만의 합성어)은 완전히 조작된 것이다. 1950년 6월 27일 발표된 방송 원문 어디에도 그런 말은 없다. 오히려 방송 원문을 통해 우리는 진정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지도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제 국민들이 이승만 대통령의 애국심을 정당하게 평가하길 바란다.
―이승만 대통령을 재평가했다는 점에선 작품을 높이 평가하지만, 진영논리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일부 주장이 있는데, 이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은.
▲'건국전쟁'이 4·19 정신을 훼손했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저는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4·19로 희생된 숭고한 영혼들에 대해 마음 깊이 안타까운 심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건국전쟁'은 4·19를 촉발시킨 3·15 부정선거와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것을 여러가지 객관적 자료를 통해서 증명했다. 4·19 정신이 뭔가? 자유를 위해서 불의에 항거했던 것 아닌가? 지난 70년 동안 한 명의 애국자를 살인마, 독재자로 난도질을 해왔다. 이런 잔인한 사회, 몰인간적이고 비이성적인 평가가 과연 옳은 것일까. 나는 그것이야말로 불의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1공장 45반의 여름', '김일성의 아이들' 같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이번에 '건국전쟁'으로 대박을 터트렸는데, 다음 작품으론 어떤 걸 준비하고 있나.
▲'건국전쟁 2' 제작을 계획 중에 있다. '인간 이승만'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파고 들어가 볼 생각이다. 이승만은 그 자체로 매우 매력적인 인물이다. 지금도 조지워싱턴대 학사, 하버드대 석사, 프린스턴대 박사라고 하면 아마 '대단한 석학'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그걸 20세기 초에 한 사람이 이승만이다. 그 자체로도 높이 평가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영화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영화를 통해 거짓의 거대한 이데올로기를 벗겨내시기 바란다. 그건 사회와 언론, 그리고 개인들 모두가 해야 할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 거대한 거짓의 장막을 벗겨버리면 한 '노인'이 보일 것이다. 오직 대한민국만을 위해 살았고, 대한민국 국민만을 사랑했던 한 노인, 그의 이름이 이승만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