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부동산 부실자산 처리 '속도'가 관건이다

      2024.02.18 18:51   수정 : 2024.02.18 18:51기사원문
국내 경제가 부동산 리스크로 온통 몸살을 앓고 있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격하락에 따른 국내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우려된다. 국내적으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정리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사 부도 위기에 그치지 않고 대출 손실이 발생하는 금융기관들도 부동산 리스크 사정권에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부동산발 '내우외환'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국내외 부동산 리스크가 자연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나 하반기 금리가 인하되면 숨통이 트일 것이란 희망사항에 기대선 안 될 시점이다. 그런데 정부와 업계의 위기의식이 안이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이클 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금융감독부문 부의장은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관련 위험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이 확인되면 관련 충당금 적립 등을 강도 높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부실 문제는 태평양 건너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해당 부동산에 거액을 대출해준 국내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월가 일각에선 상업용 부동산발 위기가 미국 은행권에 추가적인 충격을 미칠 가능성을 제기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세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우려된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위기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 수십조원대의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막대한 규모로 손실처리를 했다.

문제는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많이 투자한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다. 미국발 부동산 리스크가 본격화되면 우리 금융기관들의 손실도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국내에서 예대마진 폭으로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 그런데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어처구니없이 막대한 손실을 낳아 금융기관의 체면을 구겼다. 해외 부동산 투자 실패는 조용히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대로 방치했다간 엄청난 부실대출이 발생해 막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선제적으로 해외 상업용 부동산발 부실에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국내의 부동산PF 부실 사업장 정리도 기대에 못 미치는 듯하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정리와 재구조화를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부실 사업장의 수명을 연장해주던 방식에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은 과감히 정리하는 식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셈이다. 연체유예 혹은 만기연장 반복으로 사업성이 악화된 사업장을 경·공매를 통해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악성 미분양 사업장이 경·공매를 통해 합리적 가격에 낙찰될 경우 사업성이 개선될 수 있다.

문제는 실행의 속도다. 집행이 느려지면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사업성 재평가를 추진 중인 국내 PF 사업장은 무려 3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사업성 재평가를 신속히 해 옥석을 구분해야 부실 사업장을 매각 정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합리적인 사업적 가치가 나와야 부풀려진 가격으로 경·공매에 나오는 매물들의 거품이 빠지고 거래가 성사될 수 있다.
이런 선순환 과정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부실 부동산에 묶인 돈이 원활히 풀려 '돈맥경화' 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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