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 담당자가 청소만 했다"며 7억원 환수한 건보공단…法 판단은
2024.02.19 09:39
수정 : 2024.02.19 09:3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위생원이 주업무인 세탁이 아닌 청소 등 부수업무만 했다며 노인요양시설에 7억원의 장기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A·B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B씨는 지난 2018년부터 경기도 용인시에서 노인요양시설을 공동 운영해왔다.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위생원의 업무였다. 건보공단은 요양원 위생원이 세탁을 주업무로 수행하지 않고, 청소 등 부수적인 업무만 수행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고유 업무를 하지 않았음에도 위생원 근무 인원으로 신고하고, 인력배치 기준을 충족한 것처럼 해 장기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는 것이다.
요양원 측은 관련 규정상 노인요양시설의 위생원 업무범위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위생원 업무 범위에 세탁, 청소 등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요양원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환수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노인요양시설의 위생과 관련된 업무를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직종은 위생원이 유일하고, 별도의 직종으로 청소원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노인요양시설에서 위생원의 업무 범위는 기본적으로 세탁, 청소 등을 포함한 환경위생관리 업무 전반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입소자의 배변이나 구토 등으로 급작스럽게 의복이나 침구가 오염되는 경우까지 위생원이 모든 세탁물을 세탁하도록 하는 것은 노인요양시설의 업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요양보호사들이 일부 세탁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다만 재판부는 간호사 관련 위반에 대한 환수 처분은 타당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건보공단이 환수 처분한 7억3800만원 중 724만원은 유지했다.
이 요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는 지난 2020년 6~9월 발생하지 않은 연차를 미리 사용하고 유급휴가로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월 기준 근무 시간이 부족했는데, 요양원은 간호사 1인 추가 배치에 대한 가산급여비용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가불된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한 것은 근무시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실제 종사자의 근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해당 근무시간을 인정해 장기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엄격히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