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둘러싼 여야 입장 비교해보니[2024 총선]
2024.02.19 16:02
수정 : 2024.02.19 1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 여당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놓고 수도권 대형병원인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병원' 전공의의 집단 사직이 이어지며 의료 대란 현실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여야의 정책적 셈법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여야 모두 의대 정원 확대의 취지와 원칙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나 세부적인 방법론적 측면에선 차이를 보이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기조 자체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고령화가 급속도로 전개되고 의료계의 고령화도 심각한 상황에서 증원 동결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라고 발언했으며,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의대 정원 확대 자체는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 국민의힘 간사 역시 이날 기자에게 "상임위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필수의료를 보완하고, 지역 의료격차를 해소하자는 것에 대한 (여야간)이견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야가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낸 배경에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가 꼽힌다. 실제로 한국갤럽에서 지난 13일~15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대 증원 관련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6%는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고 응답했다. 국민의힘 지지자의 81%,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73%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하며 여야 지지층 사이에서도 큰 이견은 없었다. 또 이날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만여명의 교육 주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의대 입학 정원 증원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53.2%인 2만1756명이 '현재 국내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다만 필수의료·지역의료 확대를 위해 의대 정원 확대가 '1순위 과제'인지에 대해선 여야간 의견이 분분하다. 여당은 의대 정원 확대안을 원만히 관철한 상태에서 수도권 의료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순차적으로 논의하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단순 증원보다 공공의대 설립·지역의대 신설·지역의사제 도입 등을 토대로 한 근본적 해결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단순히 지역의사제니, 공공의대니 하는 내용에 국한되지 않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확대한 후 여러 검토 가능한 옵션을 두고 포용적으로 논의하자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들을 특수한 정책에 가두기보다 선제적으로 의대 정원을 증원한 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에서 의사들과 협의 및 설득과정을 통해 지역적 배분을 종합 검토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특히 공공의대의 경우 의료가 공공성을 추구해야 하는 부분을 공공의대라는 형태로 못박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문재인 정부 당시부터 '운동권 자녀들을 의사 만드는 것 아닌가' 등의 이유로 논란이 됐었던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역의사제의 경우에도 의사들을 지역에 몇 년 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등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의대 정원을 늘릴 때 지역적인 배분을 확대하자는 대원칙 하에서 향후 의사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들에 대해 검토를 해야지, 제도로 못박는 것은 되레 의사들을 자극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호준석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위기에 놓인 우리 필수·공공·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 개혁의 필수 조건이며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한지아 비상대책위원은 당 회의에서 "정부와 의료인 간 강 대 강 대치의 피해는 바로 국민이다. 서로가 힘으로 눌러 굴복시키는 방식이 아닌, 힘들더라도 각고의 인내와 대화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의료인의 적절한 증원은 지역 간 의료 격차와 초고령사회를 향해 가는 우리나라에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국립의전원법이나 지역의사제법을 통과시켜 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체계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 관계자는 기자에게 "필수·지역·공공의료에 대한 계획없이 단순히 의대 정원만 확대할 경우 강남의 피부과, 성형외과만 늘어나게 된다"며 "현재 공공의료 시장 점유율이 10% 정도에 불과한 상황에서 (지방 환자들이) 필수의료 서비스를 받으러 상경, '뺑뺑이'를 도는 상황을 막으려면 지역의료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현재 여야 간 입장 차이에 대한 절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장 환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무릎을 꿇느냐, 장기적으로 부족한 의사 수를 확보하느냐에 대한 싸움"이라며 "부족한 의료 인력을 메우려면 간호사들이 부분적으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제언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