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대출알선 후 500만원 챙겼다…불법사금융 '쩐주' 조사 확대
2024.02.20 17:00
수정 : 2024.02.20 1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 사채업자 A씨는 대포폰 번호가 적힌 불법 대출 전단지를 B지역과 해당 지역 지하철역 주변 상가에 배포했다. 수수료 명목의 선이자를 제외한 금액을 급전이 필요한 영세상인에게 대출하고 최고 203%이자를 챙겼다. 150만원을 빌려주면서 수수료 명목으로 선이자 15만원을 떼고, 60일 후 180만원을 수금했다.
#2. 대부업자 C씨는 신용불량자 D씨의 3금융권 대출연체금 100만원을 대리 상환해 줬다. C씨는 D씨의 신용도가 상승하자 1, 2금융권에서 1000만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알선해 줬다. 그리고 대출 중개수수료로 50%인 500만원을 받아챙겼다.
국세청이 20일 불법사금융 179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 후속 조치로 163건에 대해 1차 조사를 벌인 후 진행되는 2차 전국조사다.
이날 조사에 착수한 179건 중 세무조사는 119건, 자금출처조사는 34건, 체납자 재산추적조사는 26건 등이다.
조사 핵심은 1차 조사 때 금융추적, 제보 등에서 파악한 전주에 대한 조사다. 사례1(#1) 사채업자 A씨를 불법사금융의 전주로 본다는 것이다. A씨는 허위장부 작성 등 조세포탈혐의, 자금출처조사 등을 받게 된다.
국세청 정재수 조사국장은 "2차 조사 대상에는 1차 조사에서 파악된 전주와 휴대폰깡 등 신종수법을 활용한 불법사채업자 등도 포함했다"며 "다만 자금수요가 절박한 서민·영세사업자의 피해가 없도록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 등 정상 대부업체는 선정을 제외했다"고 말했다.
2차 조사는 검찰,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과 협업을 통한 사실상 범 정부 조사다. 개별 사안별로 불법 사금융에 대한 부처간 협업은 과거에도 있었다. '범정부 불법사금융 척결 TF'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오는 6월까지 '불법사금융 특별근절기간'으로 설정했다.
국세청은 2차 조사 대상을 선정하면서 검찰에서 불법사금융 관련 범죄로 재판 중이거나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공소장, 범죄일람표 등을 제공받았다. 이중 조세포탈혐의가 있는 25건을 뽑아냈다.
경찰청은 불법사금융 조직총책들과 관련 일당 명단, 범죄일람표 등 수사자료를 제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2차 조사 23건을 선정했다. 1차 조사 때 포함된 연 3650%의 살인적 고리이자 수익을 차명계좌로 은닉한 불법사채업자 조사는 경찰청의 자료 협조를 받았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금감원은 최근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사례 1000여건, 대출중개플랫폼 단속 자료 및 불법 추심 혐의 업체 명단을 제시했다.
한편 국세청은 1차 조사 결과, 163건에 대해 현재 431억원을 추징·징수했다고 밝혔다. 세무조사를 통해 사채업자에게 294억원, 중개업자에게 40억원, 추심업자에게 67억원을 추징·징수했다. 자금출처조사, 체납자재산추적조사를 거쳐 각각 19억원, 11억원을 추징·징수했다.
1차 조사 사례에는 취업준비생 등 신용 취약계층에게 5000여회 대여를 해 주고, 나체사진 공개 협박 등을 통해 악랄하게 추심하면서 최고 연 5214% 이자수익을 누락한 사채업자가 포함됐다. 이 사채업자는 이자수익을 채무자 명의 차명계좌로 은닉한 조세포탈 혐의로 조세범으로 고발됐다. 사례2(#2) C씨처럼 대출금의 50%를 불법 중개수수료로 편취한 대부중개업자도 세무조사를 받았다. 건설경기 침체로 유동성 문제를 겪는 건설업체에 접근,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 주고 상환일을 넘기면 담보부동산을 강탈한 사채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도 벌였다.
체납 추적 조사도 이뤄졌다. 신용불량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최고 연 900%의 고금리 이자를 불법으로 취득해 호화생활을 하면서 주소를 위장 이전해 수십억원의 세금을 체납한 사채업자가 대표적 조사사례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