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주식 샀어? 그것도 내부자거래" 미 SEC

      2024.02.21 07:14   수정 : 2024.02.21 07:1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경쟁사 주식을 매수한 미국 바이오테크 임원이 내부거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 내부정보를 이용해 경쟁 바이오 제약사 주식 옵션을 매수하고, 이를 통해 12만달러(약 1억6000만원) 차익을 챙긴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배심원단이 유죄를 인정하면 그는 월스트리트에 다시는 발을 디딜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바이오제약업체 메디베이션 임원 매튜 파누와트의 주식 거래를 내부자거래로 보고 고발했다고 보도했다.

SEC는 파누와트가 경쟁사 인사이트(Incyte) 내부자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다고 해도 자사 내부정보를 활용해 인사이트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파누와트는 2016년 제약메이저 화이자가 자신이 일하는 메디베이션 인수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경쟁사인 인사이트 옵션거래에 나섰다. 인사이트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보는 옵션이었다.

파누와트 측 변호인단은 그의 경쟁사 주식 매수가 '그림자 내부자거래(shadow insider trading)'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회사 임원이 다른 회사 주식을 우연히 시의 적절하게 사는 행위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SEC는 화이자가 자신이 근무하는 메디베이션 인수에 나서면 경쟁사 주가도 오를 것이라고 판단해 파누와트가 주식 옵션을 매수한 것이라면서 이는 내부자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라고 반박했다.

SEC는 두가지가 그의 범죄혐의를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그의 고용주인 메디베이션 최고경영자(CEO)가 회사와 관련한 비공개 정보를 취득했을 때 다른 회사 주식을 거래하는 금지한다고 통보한 점을 꼽았다.

SEC는 아울러 파누와트가 화이자의 매수 소식을 안 7분 뒤 자신의 회사 컴퓨터로 옵션 거래를 한 점도 범죄혐의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SEC에 따르면 파누와트는 옵션을 매수한 수일 뒤 일부를 매각해 차익을 남겼고, 수주일 뒤 나머지 옵션 매각으로는 손해를 봤지만 모두 12만달러 차익을 챙겼다.

파누와트는 메릴린치의 투자은행가 출신으로 자신의 투자행위가 내부자거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소송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화이자의 메디베이션 인수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소문이 파다해 비밀이랄 것도 없었고,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 역시 인수를 시도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당시 그의 아들이 병원에 입원하는 등 신경 쓸 일들이 많아 CEO의 이메일을 받은 사실을 잊었다고 말했다.

미 법원은 지난해 11월 재판을 승인했고, SEC는 파누와트가 남긴 차액의 3배를 벌금으로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SEC는 파누와트가 상장사 임원이나 관리자로 일할 수 없도록 해달라고도 요청했다.


WSJ은 배심에서 그의 유죄가 인정되면 그가 다시는 월스트리트에 발을 디딜 수 없다고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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