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병원 5곳 뺑뺑이...軍병원서 수술", 전공의 떠난 대학병원은 마비상태

      2024.02.21 16:42   수정 : 2024.02.21 16:4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민간병원 5곳 돌았는데 의사가 없었다. 돌다 돌다 군 병원에서 수술 일정을 잡았다"
"대학병원은 아무데도 안받아줬다. 국군수도병원만 남았다"
전시와 다름 없는 상황이다.

21일부터 응급 환자들이 군 병원에 몰리기 시작했다. 서울과 수도권 도심 대학병원에서 전공의가 떠나자 '응급실 뺑뺑이'가 일상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군 병원을 일반인에 개방했다. 의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군 병원까지 진료 대란 여파가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술실 찾아 '뺑뺑이'
이날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8시부터 21일 오전 8시까지 전국 군 병원에 접수된 환자는 4명이다. 국군수도병원의 경우 민간인 환자 2명이 접수됐으나 이날 오전 10시 33분께 턱을 다친 민간인 환자 1명이 추가됐다.

경기도 성남 인근에 사는 민간인 20대 A씨는 이틀 전 시비로 턱 부분을 크게 다쳤다. 그는 곧장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응급조치만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A씨에 따르면 병원 측에선 "수술은 해야 하는데 전공의 담당자가 없다. 추후 연락을 주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는 이틀 간 수술을 해줄 병원을 5곳을 찾았지만 모두에서 거절당했다.

A씨의 어머니 채모씨(56)는 "성형외과에도 연락해 알아봤는데 턱뼈가 다쳤으면 치과 진료까지 볼 수 있는 종합병원에서 수술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채씨는 수소문 끝에 국군수도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일정을 잡고 낮 12시 50분께 진료를 마친 아들과 병원을 나섰다.

아울러 지병이 있거나 수술이 시급한 환자들은 이날도 불안에 떨고 있었다.

80대 환자 임모씨의 보호자 서재희씨(78)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이날 낮 12시께 응급실 앞을 다시 찾아왔다. 서씨에 따르면 지난 20일 임씨가 이미 입원했지만 언제 수술을 할지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임씨는 경기도 남양주 덕소 주거지에서 넘어져 고관절 부위를 다친 뒤 지난 15일 경기 구리시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해당 병원에서 임씨의 후두암과 뇌경색 등 지병으로 인해 수술을 할 수 없다며 지난 19일 상급병원에서 수술 받을 것을 권유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께부터 임씨 가족은 서울대병원 등 대학병원과 요양병원, 2차 병원 응급실까지 수소문했지만 임씨를 받아주는 곳은 분당의 국군수도병원뿐이었다.

서씨는 "대학병원은 총파업을 한다며 아무 데도 안 받아주더라"며 "군 병원도 군인환자를 받아야 하니까 민간인을 많이 못 받을까 봐 걱정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날 수술을 하긴 한다는데 오후에 할지 언제 할지 모른다고 해 기다리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민간인 수요 대비에 총력
국군수도병원뿐만 아니라 각 군 병원에도 민간인 의료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군의무사령부 관계자는 "각 군 병원에서는 진료여부를 묻는 전화들이 계속해서 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군 당국은 의료 공백을 대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군 장병뿐 아니라 소아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 인프라를 별도로 준비하고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진료 매뉴얼도 만들어 배포한다.

국군서울지구병원 관계자는 "군 병원의 주진료층은 청장년층이지만 민간인을 대상으로 응급실이 개방되다 보니 소아와 노령층에 대한 치료 부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의무사령부에서 내려온 지침에 따라 소아청소년과에서 주로 사용하는 의약품들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민간인 환자의 신속한 이송을 위해 소방과 협업도 하고 있다. 국군대전병원과 국군강릉병원은 지역 소방과 함께 병원에서 진료할 수 있는 질병 등을 확인하는 합동 점검을 하고, 구급대원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
야간에도 수납 업무를 할 수 있는 인력을 별도로 배치해 운영 중이며 민간인이 출입할 때 차에서 내리지 않고 신분증을 확인한 뒤 진료를 받게 하는 안내요원도 추가 배치했다.

군 당국은 외래진료 등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 서비스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국군의무사령부 관계자는 "의료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외래진료도 군 병원에서 담당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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