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의 전쟁
2024.02.22 18:23
수정 : 2024.02.22 18:23기사원문
졸업을 하고 프로발레단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공연과 연습을 통해 살은 자연스럽게 빠져 이상적인 발레리나의 몸이 되었다. 발레라는 직업 특성상 프로 무용수는 하루에 엄청난 칼로리를 소비하는 연습량을 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무용수의 몸의 라인은 완벽한 춤을 추기 위한 조건이므로 살이 찌거나 한다면 그 라인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발레무용수는 고난도의 동작을 해야 하고 근육을 긴장시키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체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발레단 시절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엄청난 연습량 덕분에 살이 찔 수가 없었다. 연습량도 많고 공연 시즌에 잘 먹지 못하면 버티지 못하기에 먹을 수 있을 때는 신경 쓰지 않고 맘껏 먹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했다. 물론 휴가 때나 부상 때문에 장기간 쉬어야 할 때는 다시 살이 붙었지만 기초대사량이 높았던 관계로 복귀 후 공연과 연습으로 나도 모르게 살이 빠지게 되었다.
무용하는 학생들에게도 가장 큰 화두는 다이어트일 것이다. 고3 때는 입시 때문에 아주 마른 몸매를 유지하다가 입학 후 긴장이 풀어지니 살이 쪄버린 학생들이 종종 있다. 개인적으로 다이어트의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이런 학생들에게 살을 빼야 한다고 말하기가 곤혹스럽다. 다이어트가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 텐데 내가 확인사살까지 하게 되면 더 스트레스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마를수록 몸의 라인이 길어지게 보이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마른 몸은 그리 선호하지 않으며 무용수들만이 가질 수 있는 섬세한 근육과 고난도 동작으로 훈련된 몸이 만들어낸 라인을 선호한다. 무작정 굶어서 뺀 몸은 적절한 식이요법과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 몸과 다르다. 학생들에게도 항상 하는 말이지만 '무용이란 몸의 많은 근육을 섬세하게 쓰는 예술' '몸은 악기이므로 어떻게 튜닝하느냐에 따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해지는 것'이며 숨어 있는 자신의 몸의 근육들에 집중하면서 춤을 춘다면 완벽하게 빚어진 몸이 만들어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본래 다이어트는 자신의 몸 상태와 체질에 따라 방법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음식, 같은 재료라 하더라도 어떤 사람에겐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우리 학생들 중에는 음식을 먹지 않고 단기간에 살을 빼려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것은 에너지 절약 기능을 활성화해 열량 소비를 둔화시키고, 식탐을 증가시키고, 살이 찌기 쉬운 몸 상태로 만들게 되어 요요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자, 이제 우리 학생들에게 묻고 싶다. 무작정 굶으면서 하는 다이어트와 고강도의 훈련과 적절한 식사량을 통해 만들어지는 몸을 갖는 다이어트 중 무엇을 고르겠는가.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