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힌 생숙… 1만2000여실 미입주 대란 터지나
2024.02.22 18:26
수정 : 2024.02.22 20:38기사원문
정부가 주거용 사용을 금지한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 입주물량이 올해와 내년에 총 1만2000여실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잔금을 치뤄야할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금융기관들이 생숙을 위험상품으로 분류해 대출 한도를 크게 줄여 대규모 미입주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7265실, 내년 4975실 등 총 19개 단지 1만2240여실의 레지던스가 준공될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오는 8월 강서구 마곡동에서 876실 규모의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인천에서는 오는 4월에 중구 신흥동 '힐스테이트 하버하우스 스테이(1267실), 6월에는 연수구 송도동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 에디션(608실)' 등이 준공 예정이다.
부산에서도 입주가 이어진다. 서구 암남동 '부산송도 유림스카이오션 더퍼스트(376실)'이 3월 입주한다. 5월 해운대구 우동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284실)' 등을 비롯해 2년간 6개 단지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강원에서도 올 5월에 1190실 규모의 정선군 사북면의 '대원칸타빌 정선'이 준공예정이다.
준공 시기가 다가오면서 이번에는 대출대란이 발생하고 있다. 수분양자들은 잔금 시점에 오피스텔처럼 분양가의 60~70% 가량을 대출 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금융기관들이 한도액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금융기관들이 생숙을 불법 건축물로 보고 대출을 제공하지 않거나, 한도를 줄였다. 실제 오는 8월 준공을 앞둔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 분양 계약자들은 잔금 때문에 속을 태우고 있다.
계약자 송민경씨는 "입주시점에 감정평가를 거쳐 대출액을 산정하는데 은행들이 총 분양가의 20~30%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감정평가액도 주거시설이 아닌 분양형 호텔 기준으로 하면서 낮게 책정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레지던스연합회 관계자는 "전국 생숙에서 대출대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고분양가에 주거는 못하고, 대출은 줄어들었다"라고 하소연했다. 생숙은 주거용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입자를 들여 잔금을 충당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주거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오피스텔로 용도를 바꿔야 하는 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무엇보다 계약자 100%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준공된 생숙 소유주들은 사면초가다.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정부가 생숙을 숙박시설로 명확히 규정하면서 새 임차인을 구하는 것도 어렵고, 팔려고 내놔도 사려는 사람도 없어서다.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 진원지는 비 아파트 시장"이라며 "미 입주 대란 우려가 커지면서 생숙이 비 아파트 PF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