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에 선 의사들..국민이 다시 묻는다

      2024.02.25 12:36   수정 : 2024.02.25 12: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의사라는 직업은 참으로 성스럽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오랜 공부와 각고의 노력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요 며칠간의 의료대란을 보며 커다란 실망을 하고 있다.

의사 수가 부족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의대정원을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에 반발해 환자를 등지는 것도 그렇고, 이에 맞서 제대로 된 논리조차 없이 성스러운 직업윤리를 의심케 하는 막말까지 쏟아내고 있어서다.

국민들은 상식적이지 않은 의사들의 반박 논리에 대해 다시 묻는다.


▲“의사들이 일이 너무 많아 격무에 시달린다면서 왜 의대 증원을 반대한다는 것인가.” 대한전공의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공의 근무시간은 평균 77.7시간이었다고 한다. 일반 직장인의 주 40시간에 비하면 무려 두 배에 가까운 살인적 노동강도다. 그런데 왜 의사 증원을 반대할까. 국민들은 의사들이 제 밥그릇을 키우기 위해 자신의 건강을 희생해서라도 희소성을 더 높이겠다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저출산국가라서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그럼 초고령사회에 대한 대안은?” 정부는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산출한 근거로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고령화율을 들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비율을 의미하는 고령화율은 올해 기준 19.1%다. 그러나 2030년이면 25%, 2030년에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인 인구가 늘면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의사 수 충분하다는데 속칭 ‘응급실 뺑뺑이’는 왜 반복되나.”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2023년 119 구급대 재이송은 총 9414건에 달했다. 1차 재이송이 9111건, 2차 재이송이 242건, 3차 재이송이 35건, 4차 재이송도 26건이었다. 재이송 사유는 전문의 부재가 3432건(36.5%)로 가장 많았고 병상부족이 1895건(20.1%)이었다. 시도별로는 경기가 2267건(24.1%)로 가장 많았으며 의료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은 서울도 1562건(16.6%)에 달했다.

▲“‘소아과 오픈런’은 엄마들의 과잉의료 때문인가.” 소아과 진료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소아과 오픈런에 대해서도 의사단체는 “소아과 진료 환경이 열악해서 의사들이 떠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의사를 더 뽑아야 하는 게 아니라 진료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생수를 늘리면 의료교육 질이 저하된다는데, 그럼 의대 정원이 많았던 80년대에 공부한 교수님들에게 배운 지금 의사들은 수준 이하인가.” 의대협회는 “날림으로 양성되는 의사들로부터 피해를 입을 미래세대와 증원으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할 후배들을 보호하기 위해 동맹휴학을 한다”고 밝힌바 있다.

▲“의사 수 부족하지 않다면서 촉진도 안하고, 진료시간은 왜 이리 짧은가.” 우리나라 의사들의 환자 한 명당 평균 진료시간은 4.3분으로 짧다. 두 번째로 짧은 독일이 8분대였다. 한국 의사들의 연간 진료 횟수는 평균 6989회로 OECD 최고다. OECD 평균은 2130회로 무려 3배에 달한다.

▲“정부가 ‘빅 5’ 같은 지역병원을 세워 서비스 하겠다는데, 지역에 필요한 건 의사보다 민도라고?” 주수호 전 의사협회장은 지난 8일 “지방에 부족한 건 의사가 아니라 민도”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럼 지방 거주자들은 민도가 낮아 의료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인가.

국민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의사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것말고도 차고 넘친다.


국민이 다시 묻는다. 위의 질문에 국민 대다수를 설득할 수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면 의료현장으로 당장 돌아오라.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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