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운동권 청산 vs 검찰정권 타도… '선거 프레임' 바뀌었다

      2024.02.25 18:19   수정 : 2024.02.25 18:19기사원문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이 26일로 D-44를 맞았다. 이번 총선에 임하는 여야의 자세는 마주 달려오는 폭주기관차처럼 '외나무 혈투'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의 성과를 내야 하는 집권 3년차를 맞아 개혁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려면 반드시 원내 다수를 차지해야 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을 견제하고 차기 대선 승리의 모멘텀을 확보하려면 꼭 원내 1당 지위를 유지해야만 한다. 현재 여야는 각자 1차 경선지역, 우선추천 지역 등의 공천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현역의원 컷오프를 최대한 미루며 공천 내홍의 소지를 최소화시키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친명계 위주의 공천과 비명계 배제로 연일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여야 대표를 지낸 이준석·이낙연 전 대표는 각자 신당을 만들어 양당제 폐해의 틈을 노리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총 6회에 걸쳐 이번 총선의 주요 관전포인트와 전망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26일로 총선을 44일 앞둔 가운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86운동권 청산론'과 '검찰정권 심판론' 프레임으로 맞붙는 양상이다.

물론 기본적인 구도의 경우 여당은 '국정안정', 야당은 '국정심판' 이슈로 각자 지지를 호소하지만, 과거 총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양새로 전개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류인 운동권 세력을 겨냥해 그동안 민주화 세력의 이름으로 온갖 특혜와 정치적 사익을 누려왔다면서 이젠 정치권에서 퇴장해야 할 적폐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이어지는 검찰 출신이 포진한 현 집권여당 세력분포상 야당 탄압, 불공정 수사, 편파적 국정운영 등으로 최고의 국정가치가 돼야 할 공정성이 크게 훼손됐다며 검찰정권 타도를 외치고 있다.

윤 대통령 집권 3년차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안정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승리가 절실한 여당과 정권 견제를 통해 차기 대선까지 분위기를 이어나가려는 야당 간 뜨거운 한판 승부가 예고된다.

■與, 운동권 청산으로 세대교체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86 운동권 청산론을 꺼내든 계기는 한 위원장의 취임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12월 26일 비상대책위원장 수락연설에서 한 위원장은 처음으로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 운동권 세력 청산을 선언했다. 현역 의원 중 상당수가 운동권 출신인 민주당을 낡은 이념의 토대 위에서 군림해온 기득권, 특권 옹호세력으로 규정하며 차별화를 꾀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당시 한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 전체주의 세력과 결탁해서 자기가 살기 위해서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우리는 상식적인 많은 국민들을 대신해 민주당의 이재명과 그 뒤에 숨어서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운동권 특권세력과 싸우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86운동권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윤석열 정부 심판론에 묶인 국민의힘이 국정안정론으로는 총선 정국을 돌파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30%대 중·후반 박스권에 갇힌 지 오래됐다. 그 때문에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국정안정론 카드를 꺼내봤자 국민적 지지를 얻기 어렵다고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 위원장은 취임 이후 국정안정이라는 표현을 거의 쓰지 않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운동권 청산론의 바로미터가 될 지역구는 서울 마포을이다. 국민의힘은 마포을에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장을 전략공천했다. 전북 군산 출신인 함 회장은 1985년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으로 미국 문화원 점거사건을 주도했던 86운동권을 대표하는 인물이었으나 전향해 운동권 문화를 비판하는 데 앞장서 왔다. 민주당에서는 현역인 정청래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국민의힘이 내세운 운동권 청산 프레임은 현재까지 총선전략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지금 여당의 선거전략이 성공적으로 먹히고 있다고 본다"며 "한 여론조사를 보면 정권 심판론이 38%, 운동권 심판론이 30%를 기록했는데, 운동권 심판론만 놓고 보더라도 38대 30이면 특정 심판론이 현재의 선거구도를 결정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이것만 봐도 (여당이) 성공적인 선거전략을 펼쳤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野, 검찰정권 타도로 국정 회복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을 문제 삼으며 정권 심판론에 더해 검찰독재 타도를 외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집권여당을 책임지고 있는 한 위원장이 검찰 출신임을 겨냥한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안고 있는 각종 사법리스크 역시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인식도 깔려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검찰정권의 편향적 국정운영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김건희 여사의 쌍특검법(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으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쌍특검법은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완벽하게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며 "윤 대통령의 아바타 이미지도 여전히 강하고, 김 여사 리스크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 민주당이 쌍특검법을 띄우며 검찰독재를 부각시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검찰정권 타도 프레임이 총선전략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가 각종 사법리스크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다 최근에는 사천 논란으로 당내 혼란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 공천에서 컷오프되자 탈당을 선언한 이수진 의원의 경우 곧바로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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