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DSR' 적용, 대출 관리 강화 계기로
2024.02.25 19:23
수정 : 2024.02.25 19:49기사원문
은행권이 26일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처음으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한다. 새로 취급하는 주담대의 DSR을 스트레스 금리 기준으로 산출해 대출 신청자의 상환능력을 깐깐하게 보겠다는 게 핵심이다. DSR은 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위한 지표다.
지금까지는 현행 실제 금리를 기준으로 DSR을 산정했지만, 스트레스 DSR 체계에선 향후 잠재 인상 폭까지 더한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대출한도는 기존보다 축소될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 DSR 체계는 하반기엔 2단계, 내년부턴 3단계로 올라간다. 스트레스 금리 반영 비율이 높아지고 은행권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 2금융권 등으로 적용범위도 확대된다. 눈덩이로 불어난 가계빚 관리를 위해선 필요한 조치라고 본다.
가계빚은 고금리에도 줄기는커녕 오히려 급증하면서 한국 경제의 중대 리스크로 떠오른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지난주 발표한 2023년 4·4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86조원으로 1년 새 19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가계빚을 끌어올린 것은 주담대였다. 지난해 주담대는 무려 51조원이나 늘었다. 주담대는 올 들어서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았다. 5대 은행의 지난 22일 기준 주담대는 한달 새 1조3000억원 넘게 늘었고,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두달도 안 돼 6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빚 폭증에는 부동산 경착륙을 막겠다는 의도로 금융권 대출을 느슨하게 관리한 정부 책임도 없지 않다. 실제 지난해 은행 주담대 절반이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 모기지 상품에 지급됐다. 올 들어서도 최저 1%대 금리 등 파격적인 정책 대출 상품이 출시되면서 가계부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론 경제주체들이 빚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강력한 DSR 적용을 시작한 만큼 일관된 메시지와 확고한 관리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더욱이 무분별한 대출의 폐해가 지금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도 주시해야 한다. 법원 통계를 보면 대출금을 못 갚아 경매로 넘어간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월 법원에 접수된 전국 신규 경매 신청건수는 1만건이 넘었다. 이는 지난 2013년 7월 이후 10년6개월 만에 최대 수치다. 1년 전과 비교해도 56% 증가했다고 한다. 신규 경매 물건 수는 지난 2019년 10만건을 넘은 후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4년 만에 10만건을 다시 돌파했다. 무리하게 빚을 내면 자산손실, 금융부실을 피해가기 쉽지 않다.
급증한 부채는 금융불안을 넘어 소비에도 직격탄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가계별 금리 익스포저를 감안한 소비영향 점검 보고서' 내용도 이를 뒷받침한다. 빚을 내 집을 산 30·40세대가 금리인상 이후 소비를 가장 많이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가 위축되면 기업 투자도 움츠러들게 마련이다.
정부와 가계의 단단한 각오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소득에 맞춰 능력껏 빌리는 건전한 대출풍토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경제주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빚에 갇힌 경제는 지속가능한 성장도, 복지의 선순환도 기대하기 힘들다. 침체터널의 끝이 아득할 수밖에 없다. 부채 악순환의 고리를 이젠 끊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