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반도체 속도전'에 위기의식은 있나
2024.02.25 19:23
수정 : 2024.02.25 21:14기사원문
일본의 반격이 시작됐다. 잃어버린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상징하는 TSMC의 일본 규슈 구마모토 공장이 지난 24일 가동했다. 대만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다.
미국도 반도체 투자에 공격적이다. 21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미국이 대만과 한국에 넘어간 반도체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고 할 정도다. 최근 미국 대표 반도체기업 인텔이 올해 말 1.8나노 반도체에 이어 2027년 1.4나노까지 양산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12% 정도를 점유하는 삼성전자를 제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보조금 100억달러를 인텔에 몰아주는 것으로 화답할 태세다. 인공지능(AI) 선두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인텔에 1.8나노 첨단 AI반도체를 주문하며 자국 내 반도체 부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경쟁국이 무서운 속도로 반도체 투자를 밀어붙이고 있다. 1990년 이전까지 반도체 강국이었던 미국과 일본은 세계 반도체의 80%를 생산하는 한국, 대만 등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 최대 시장과 최고의 기술력, 풍부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도 소재·부품 기술에선 세계 최고다.
미·일의 거센 추격에 우리나라의 반도체 주도권도 위협받고 있다. 그럼에도 경쟁국에 비해 느긋해 보인다.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장을 짓겠다며 부지를 정한 게 5년 전이다. 내년에 착공해도 2027년께나 양산이 가능하다. 지난달 15일 정부는 2047년 중장기 프로젝트로 총 622조원 규모의 민관 합작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구축을 발표했다. 용수·전력 등 인프라 조성계획 등을 과거보다 구체적으로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속도에선 한참 늦다. 실제 이 프로젝트에서 삼성전자의 1호 반도체 공장 가동이 2030년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장밋빛 계획만 다듬고 논쟁하다 세월을 보낼 때가 아니다. 지금 당장 규제 철폐와 세제감면 등으로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전폭 지원해도 경쟁국 추격이 만만치 않다. 미국과 일본을 보며 우리 정부와 기업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긴 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기업 모두 반도체 속도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