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 믿었는데" 챙긴 금액만 150억 원…알고 보니 사기꾼
2024.02.26 08:44
수정 : 2024.02.26 08: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3억원이 넘는 고액 명품 가방을 들고 가족 모두가 백화점 VVIP 카드를 갖고 있던 ‘상위 0.01%’ 친구가 알고 보니 폰지 사기꾼이었던 사건이 공개됐다. 이 여성이 챙긴 금액만 150억원에 달했다.
지난 25일 JTBC ‘사건반장’은 부산에 살고 있는 50대 여성 제보자 A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남편은 대기업 직원…어머니는 '대구에서 손에 꼽는 부자'
A씨는 “(강씨가) 쇼핑을 하는 것만 봐도 씀씀이가 보통이 아니었다. 남편은 대기업 직원이긴 한데 친정어머니가 대구에서 손에 꼽는 부자고 자신이 외동딸이라 돈이 많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해운대에서는 모르는 사람 없을 정도로 부를 과시하고 다녔다.
A씨는 “씀씀이가 크길래 돈이 어디서 났냐고 물어봤더니 완전 ‘찐부자’들만 넣는 게(투자 상품) 있다고 하더라. 나에게 ‘네 주위 사람들을 같이 잘 살게 해주고 싶다. 끼워줄게’라고 해서 10억원을 넣었는데 이자를 3, 4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제시간에 꼬박꼬박 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씨는 유명 금융투자회사 회장님과 자신의 어머니가 잘 아는 사이라고도 주장했다.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피해자들의 신뢰를 얻기도 했다. 이어 강씨는 투자상품을 소개하면서 “VVIP들만 투자 가능한 상품”이라며 “원금을 보장하고 14% 이자를 준다. 700억원이 모이면 이자는 17%까지 올라간다”고 속였다.
피해자들은 강씨의 재력을 의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강씨는 에르메스 히말라야 버킨백을 들고 오기도 했다. 이 핸드백은 경매 사이트에서 약 3억6000만원에 팔릴 정도였다.
JTBC 보도에 따르면 강씨는 그 백화점에서 7년 동안 연속 매출 1위 고객이었다고 한다. 최상위 고객 999명에게만 발급되는 VVIP 카드가 본인을 포함해 남편, 아들까지 3장이었으며, 고가의 명품 매장에는 강씨의 전속 직원까지 배치됐다.
"집 팔아서 투자하라" 피해자들 재력 믿고 투자
그러는 사이 강씨의 투자 권유는 계속됐다. 2020년에는 집값이 폭등하자 “집을 팔아서 나에게 투자하라. 집값 하락기에 다시 사면 엄청 이득일 것”이라고 꼬드겼다.
결국 A씨는 집을 팔고 적금까지 깨면서 무려 57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집값이 내려가자 A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강씨에게 집값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A씨는 집을 사지 말라고 말렸다고 한다.
나중에는 차일피일 미루더니 급기야 잠적했다. 그제야 피해자들은 사기라는 사실을 깨닫고 강씨를 고소했다. 강씨는 지난해 11월 구속됐다.
알고 보니 강씨는 재력가가 아니었다. 남편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어머니도 자영업을 했다. 강씨가 백화점 VVIP 카드로 쓴 돈 70억원은 피해자들의 돈이었다.
‘사건반장’은 확인된 피해 금액만 150억원 정도라고 전했다. 하지만 대부분 금액을 쇼핑, 유흥업소에 써 변제능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