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내도 눈치 보는 은행, 직원 줄여 비용 절감? 3년새 3948명 짐 쌌다
2024.03.04 05:59
수정 : 2024.03.04 06: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고금리 이자장사로 돈을 벌었다며 은행에 대한 여론이 싸늘해진 가운데 최근 3년간 약 4000명의 은행 직원들이 짐을 싼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금리 하락으로 은행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등 영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올해도 직원 감축으로 관리비 절감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면 채널 위주에서 비대면 채널로 전환하면서 IT 직군에 비해 일반 직군 감축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금융통계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직원 수가 3948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9월말 7만 6801명에서 지난해 9월말 7만 2853명으로 직원 수가 3년 새 4000명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일반직·무기계약직을 포함한 정규직이 6만 9719명에서 6만 4770명으로 4949명 감소했고, 비정규직은 7082명에서 8083명으로 늘었다.
올해 은행권 채용 시장 문도 좁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상반기 250명씩 채용했던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올해 상반기 채용 예정인원은 각각 150명, 180명으로 줄었다. 1월 23일 상반기 채용 공고를 낸 하나은행은 △일반 △디지털·ICT △지역인재 등 세 부문에서 150여 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말 공고를 통해 △기업금융 △개인금융 △지역인재 부문에서 약 180명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협은행은 현재 상반기 채용 전형을 진행 중으로 6급 직원 총 530명을 뽑을 예정이다.
은행들이 최근 2년간 역대급 이자이익을 냈음에도 채용을 늘리지 않는 건 올해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판매관리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 통상 인건비가 판매관리비 3분의 2를 차지하는 만큼 직원 급여·희망퇴직금을 줄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해 KB금융지주의 종업원급여는 4조143억원으로 전년(4조1570억원)대비 3.4% 줄었다. 우리은행의 경우 인건비를 포함한 판매관리비는 2022년 3조9150억원에서 지난해 3조8000억원으로 2.9% 감소했다.
은행의 판매관리비 절감 노력은 희망퇴직에서도 나타났다. 실제 5대 은행의 희망퇴직 조건은 나빠졌다. 지난해 초 근무 기간 등에 따라 35~36개월치 급여가 지급됐지만, 올해에는 최대 31개월치로 줄었다. 희망퇴직자 수도 2023년 2222명에서 올해는 1868명으로 354명(15.9%) 감소했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하락으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데다, 대손충당금 적립금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비용 절감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인건비·전산비·임대료 등 판관비 절감을 통해 영업이익경비율(CIR)을 낮춰야 현재의 이익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영업이익경비율은 판매관리가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CIR이 낮을수록 경영 효율성이 높다는 의미다. KB금융지주는 2022년 48.2%였던 CIR을 지난해 41%로, 신한금융지주는 같은 기간 43.9%에서 41.4%로 CIR을 낮춰 경영 효율성을 높였다.
다만 공채 규모 축소가 신입직원 수 감소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은행이 각 영업전략과 경영환경에 맞게 채용 규모를 조정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진단이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경기 하방압력이 있다보니 성장성보다는 경영 안전성이나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분모(이익)가 늘지 않으면 분자(비용)를 줄이려는 유인이 있는 것"이라며 "접는 사업의 경우 인력을 줄이고 새 사업 분야는 공격적으로 인력을 채용하는 건 당연하다. 각 은행이 수요·공급 현황을 판단해서 수시로 뽑는 방식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에서도 기업금융, 디지털·IT, 콘텐츠 분야 전문 인력의 경우 경력직 등 수시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대면 영업점의 직원들은 줄고 있는 반면 디지털·IT 전담 조직은 규모가 3~4배로 불어났다"면서 "은행권의 고임금·호봉제 구조 하에서 경영 효율화를 위해 일부 직군 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