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여파..4대금융 '추정손실' 2조원 턱밑 "역대 최대 증가율"

      2024.02.27 18:59   수정 : 2024.02.27 18: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건설·부동산 경기 악회로 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그룹이 지난해 돌려받기를 포기한 대출 채권 규모가 1조9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금융회사가 무리하게 벌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대손충당금 적립을 지도한 결과다. 회계원칙상 여신의 건전성을 ‘추정손실’로 잡아야 충당금을 더 쌓을 수 있는 만큼 4대 금융이 부동산PF 대상 여신 분유를 보수적으로 잡았다.



■보수적 여신 분류 배경은 '충담금'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추정손실은 총 1조96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조3212억원)에서 대비 48.8%(6448억원) 급증한 것으로 역대 최대치다.
같은기간 KB금융의 추정손실 규모는 2123억원에서 3926억원으로 84.9% 늘었다. 4대 금융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의 추정손실 규모는 5759억원에서 7514억원으로 30.5% 불어났다. 하나금융은 2350억원에서 3430억원으로 46.0% 증가했고, 우리금융은 2980억원에서 4790억원으로 60.7% 늘었다. 비상장회사인 농협금융은 그룹 연결 기준 추정손실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계열사인 농협은행 기준 추정손실은 1179억원에서 1335억원으로 13.2% 증가했다.

금융회사의 자산 건전성 분류제도는 지난 1999년 이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운영된다. 중간 단계인 고정은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여신이다. ‘고정 이하 여신’은 부실채권(NPL)으로 분류된다. 업계는 금융회사의 여러 건전성 지표 중 ‘고정이하 여신비율’을 중시한다.

건전성이 가장 낮은 단계인 추정손실은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르면 △경영내용, 재무상태 및 미래현금흐름 등을 감안할 때 채무상환능력의 악화로 회수불능이 확실해 손실처리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되는 거래처에 대한 자산 중 회수예상가액 초과부분 △12개월 이상 연체대출금을 보유하고 있는 거래처에 대한 자산 중 회수예상가액 초과부분 △최종부도 발생, 청산·파산절차 진행 또는 폐업 등의 사유로 채권회수에 심각한 위험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거래처에 대한 자산 중 회수예상가액 초과부분 등이다. 은행이 사실상 돌려받기를 포기한 빚의 규모를 뜻한다.

지난해 연간 추정손실이 가파르게 상승한 배경은 국내외 경기 둔화와 더불어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연체율 상승이다. 특히 국내 주요 부동산PF 사업장의 부실 가능성이 치솟으면서 금융그룹들은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에 나섰다.

■증권사, 해외법인, 카드사 연체 '견인'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여파로 건설·부동산업권의 연체율이 치솟는데다 충당금 추가 적립을 위해 여신 분류를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면서 “경기 침체가 길어질 수록 취약 차주의 자산 건전성 악화는 지속될 수 밖에 없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한금융의 경우 신용회복위원회의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에 따라 신한카드의 추정손실이 늘었다. 신한증권도 부동산PF 사업성의 부실 가능성을 기존보다 보수적으로 재평가해 여신을 재분류한 결과 손실추정액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도 최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충당금을 추가 적립했고, 부동산 PF의 사업성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보수적인 기준을 세웠다. 여기에 해외법인의 취급 여신과 우리카드의 연체도 급증했다.

4대 금융그룹이 지난해 적립한 대손충당금은 총 8조9931억원에 달한다. 이는 직전 2022년과 비교할 때 73.7% 급증한 것으로 손실우려(리스크) 관리에 열중하는 모습니다.
시장의 기대보다 금리 피벗(인하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과 이에 따른 당국의 압박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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