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신숙희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서 때아닌 명품가방·법카 공방
2024.02.28 07:00
수정 : 2024.02.28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여야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신숙희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서로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며 열띤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자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으로 맞서는 등 날선 신경전이 펼쳐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가 명품백을 받을 당시 영상을 인사청문회장에서 재생하는 등 총공세에 나섰다.
■野 "김 여사 국정 개입" 與 "정책 검증 집중해야"
강민정 의원은 '남북문제에 나서겠다'는 김 여사의 발언을 두고 "명백하게 헌법 위반이다. 국정 농단이고 국정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신 후보자를 향해선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입장을 묻기도 했다. 이에 신 후보자가 "대법관 후보자로서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라면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하자 강 의원은 "특검법이 재의결이 안되더라도 22대 반드시 다시 재발의될 것"이라며 답변을 재차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정책검증을 펼치자며 맞받았다.
조은희 의원은 "대법관 신숙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신숙희 후보자가 대법관으로서 자질이 있는지 어떤 법관을 갖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자리인데 이 질의를 들으면서 총선 유세장에 왔나 생각이 든다"며 "(강 의원의 질의는) 정치적인 공격이고 청문회를 파행으로 이끌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것"이라고 맞섰다.
같은당 정희용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을 언급했다. 정 의원은 "단체장 했던 분이 법인카드로 과일 1000만원씩 일제 샴푸 사고 초밥 먹고 이런 것은 안 물어보려고 한다"며 "이런 질문을 해서 청문회가 되겠냐. 정책적 역량을 검증하는데 집중해 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여성 대법관, 인구 대비 대표성 유지해야"
이후 청문회에선 주요 현안과 정책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특히 여성 대법관으로서 젠더 관련 질의가 주를 이룬 가운데 신 후보자는 여성 대법관이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신 후보자는 "여성 대법관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자 대다수 여성들의 생각일 것"이라며 "인구 대비 대표성은 유지할 수 있으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신 후보자는 이어 '여성할당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민주당 신현영 의원 질의에는 "우리나라는 성별갈등이 첨예하고 그 갈등의 근본에는 병역의무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며 "병역의무를 홀로 부담하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다투시는 분들에게 설득력 있는 해소책을 마련해 드린 후에 전반적으로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답했다.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사법 행정권 남용 사건도 도마 위에 올랐다. '1심 판결문에 의하면 사법권 독립 침해가 있었느냐'는 이탄희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신 후보자는 "있었다고 보인다"고 일부 인정했다.
법관수가 부족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도 내비쳤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300명 이상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신 후보자는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사실 그 이상 늘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예산사정을 고려하면 한꺼번에 늘리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헌법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취지의 신 의원의 지적이 나오자 신 후보자는 "헌법이 우리나라에 가장 최상위법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저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저를 비롯한 가족들과 주위 친지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 이 문제를 굉장히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후보자는 "이 문제가 법원의 영역으로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정치사회 영역에서 타협해서 해결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