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예선 망하면 어쩌려고 이런 무리수를…황선홍 감독 선임 정말 괜찮나
2024.02.27 17:49
수정 : 2024.02.27 20:1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황선홍 감독에게 주어진 짐이 너무 무겁다.
대한축구협회가 이번에도 무리한 선택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축구협회 전력강화위는 27일 황선홍 감독을 3월 북중미 월드컵 예선 태국전 홈앤어웨이전을 이끌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날 유력후보 박항서 감독과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 중 누구를 대표팀 임시감독으로 뽑을지 상당한 격론이 벌어졌지만, 결국 협회의 선택은 황선홍 감독이었다.
협회 입장에서는 무리하지 않는 선택일 수도 있다. 일단 황 감독은 작년 AG에서 금메달을 수확했고, 올림픽 대표팀도 잘 이끌어가고 있다. 차기 사령탑으로서도 능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가장 큰 문제는 파리올림픽 준비 과정과 3월 A매치 일정이 확실히 겹친다는 점에 있다.
한국은 3월 18일 소집되어 3월 21일 태국을 서울에서 상대하고 26일 방콕으로 건너가 태국과 리턴매치를 갖는다. 그때까지는 계속 국가대표팀과 함께 해야한다.
하지만 올림픽 대표팀은 4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한국은 일본, 중국, 아랍에미리트(UAE)와 한 조에 속해 조 2위까지 올라가는 8강 토너먼트 진출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대회에서 3위 안에 들어야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곧바로 따내고, 4위를 하면 아프리카 팀과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자칫하면 예선 탈락이다. 따라서 3월은 오롯이 올림픽에 모든 일정이 맞춰줘야만 하는 시기다. 그래도 성과를 장담하기 힘들다. 즉, 국가대표를 신경 쓸 시기가 아니라는 의미다.
거기에 현 상황에서는 국가대표는 그렇게 쉽게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선수 선발 부터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이강인의 선발 여부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많은 조명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요르단전 이후 첫 경기이기때문에 선수 선발 부터 상당한 부담이 동반된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 대표팀이 본선 진출에 실패하거나 월드컵 예선 태국전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협회와 황 감독에게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현장에서 박항서 감독 가능성을 유력하게 본 것 또한 그런 이유였다. 일정상 박항서 감독이 임시 사령탑을 맡고, 그 뒤를 황선홍 감독이나 혹은 차기 감독이 이어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이었다.
거기에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서 오래 재직했기 때문에 태국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 그 어떤 지도자보다 잘 안다.
단기간에 준비하기에는 최적임자였다. 하지만 협회는 줄곧 황선홍 감독이 1순위였다고만 밝혔다.
황선홍 감독은 충분히 A대표팀에 오를만한 자질이 있는 지도자다. 누구도 그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기의 문제다.
정식이 아닌 '임시' 사령탑인데 굳이 이렇게 무리하게 올림픽 일정을 희생하면서까지 황선홍 감독을 선임해야만 했을까.
아니면 황선홍 감독이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아도 태국 정도는 2연승을 할 수 있다고 지나치게 그들을 가볍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