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과 나토의 확장 : 작은 승리, 큰 패배

      2024.02.29 07:00   수정 : 2024.02.29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만 2년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전쟁 결과를 판단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현시점으로 판단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동남부 지역 일부를 차지한 상태임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것이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 달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되레 러시아는 일부 전투에서는 승리했지만 전쟁에서는 승리했다고 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일부 군사작전에서는 목표를 달성했을지 몰라도 전략 목표 달성은 실패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왜 그럴까?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면서 나토의 동진을 전략적 명분으로 내세웠다. 속전속결로 끝내려고 했던 러시아의 셈법은 오판으로 드러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만 2년을 넘게 계속되며 소모전이 되었다는 사실이 러시아의 오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러시아가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전쟁을 통해서 전략적 목표는 달성했다고 볼 수 있을까? 우선 재무장을 통해서 과거 소련 시대의 부활을 꿈꾸며 강대국 위상 제고라는 꿈 꾸는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는 사실상 실패에 가깝다.

2022년 당시 GFP(Global Fire Power) 기준 세계 군사력 2위였던 러시아가 22위에 불과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고전을 하면서 군사대국으로서의 위상은 이미 무너지고 말았다. 되레 국제적으로 군사적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는 2024년 GFP 기준으로 18위로 4계단이나 상승하면서 위상이 추락한 러시아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물론 러시아가 이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위상 추락을 넘어 국제정치력 영향력을 상실한 채 강대국 부활이라는 정책을 포기해야 하는 수준으로 직행할 것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러시아가 이러한 점을 간파하고 있기에 전쟁 승리를 위해 모든 자산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유지를 위해서뿐 아니라 규칙을 위반한 국가가 직면하게 되는 전략적 이익의 극명한 손해라는 사례를 위해서라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누가 승리하는가는 대단히 중요하다.

한편 러시아는 강대국 부활 실패를 넘어 이번 전쟁으로 막대한 전략적 손해에 직면하고 말았다. 주지하다시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의 전략적 명분으로 나토의 동진을 내세웠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나토의 확장으로 러시아가 침공한 것일까 아니면 러시아의 침공으로 나토가 확장된 것일까? 그 답은 명료해 보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는 유럽에서 중립국의 지위 존속을 통해 안보 달성이 가능하다는 소위 ‘중립국 공식’이 유효했다. 하지만 전후 질서에서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왔던 힘을 통한 불법적 주권 강탈이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시도되면서 중립국의 안보 공식이 커다란 변화의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2022년 5월 핀란드와 스웨덴은 나토에 가입하겠다고 선언했고 미국 등 나토 회원국은 환영하고 나섰다. 특히 핀란드는 나토 가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2023년 4월 4일 핀란드가 미국에 공식가입서를 제출하면서 31번째 나토 회원국이 되었다. 스웨덴은 핀란드보다 고전을 겪었지만 튀르키예가 반대의견을 철회하고, 마지막으로 헝가리도 동의하면서 2024년 2월 26일부로 나토의 32번째 회원국으로 사실상 확정되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나토 동진을 넘어 나토의 결속력 강화 및 범주 확장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나토 확장을 추동한 요인은 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러시아가 전쟁까지 벌이며 달성하려고 했던 전략적·국제정치적 목표 달성에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실패를 추동한 것은 러시아 그 자신이었다. 전략적 목표 달성에 실패한 푸틴은 러시아 국민 불만이라는 국내적 도전요인과 우크라이나가 지속 싸울 수 있게 해주는 국제적 지속 지원이라는 양면적 도전에 처해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양면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 지원이 줄어들어 러시아가 확실하게 승리를 잡게 되면 국내적 불만도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푸틴은 전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국내적 불만을 약화시키는 승수효과를 누리게 된다.

반대로 국제적 지원이 강화되면 우크라이나의 전투능력이 배가되어 러시아의 교착상태에 빠질 것이고 이 경우 러시아의 국내적 불만은 더 상승될 것이 자명하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의 양면적 도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바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원이다. 국제적 변수가 러시아에 대한 불리한 상황이 지속되자 러시아는 북한과의 불법 무기거래라는 패까지 꺼내어 들었다.
따라서 북러 무기거래 변수 가동으로 전장의 역학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상쇄장치가 전격 가동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쇄 장치의 유효성에 한국의 역할도 중요한 비중을 차치할 것이다.
그것이 한국의 역할 확대를 고민해야 할 이유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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