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혼 금지 축소 고심하는 법무부
2024.02.28 17:17
수정 : 2024.02.28 17:17기사원문
법무부가 28일 근친혼 대상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8촌 이내 근친 금지' 규정을 '4촌 이내 금지'하는 방안으로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다. 이에 대해 성균관, 성균관 유도회총본부, 전국 유림 일동이 성명을 내는 등 심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동성동본제도 폐지에 이어 근친혼 제한 범위 축소까지
우리나라 예전 민법은 ‘동성동본인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고 규정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이 1997년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효력이 상실됐고, 이후 근친혼 금지제도로 전환됐다.
금친혼 금지제도에 따라 개정된 민법은 혼인이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하고, 이러한 혼인은 무효가 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근친혼을 4촌 이내로 축소하자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근친혼 금지 범위를 축소하자는 주장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5촌 이상 혈족과 가족의 유대감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간의 혼인만 금지하는게 세계적 추세라는 이유도 있다. 근친혼에 따른 유전적 질환 발병률도 5촌 이상은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다는 의학적 연구결과도 한몫하고 있다.
세계적 입법례를 살펴보면, 독일과 영국 등 유럽 국가는 인척간 혼인 금지 조항이 없다. 일본은 직계혈족 및 3촌 이내 방계혈족만을 제한한다. 중국과 필리핀은 직계혈족과 4촌 이내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을 제한한다.
성균관 등 유림 반대 만만찮아
근친혼 범위를 축소하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성균관, 성균관 유도회총본부, 전국 유림 일동이 성명을 내는 등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결국 동성동본 금혼을 폐지하더니, 이제는 혈족과 인척간에도 혼인을 허용한다는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니 실로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통념으로 받아들여 온 근친혼 기준을 성급하게 바꿔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근친혼 축소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친족간 혼인 금지에 관한 기초조사를 위하여 다양한 국가의 법제 등에 대해 전문가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등 신중하게 검토 중이며, 아직 법무부의 개정 방향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고 입장을 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근친혼 금지 범위 축소 여부는 한 국가의 문화, 풍습과도 관련이 되기 때문에 연구 용역 뿐만 아니라 어느정도의 사회적 합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법조전문기자·변호사